이 기사는 2025년 4월 8일 14시 5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화장품 브랜드 라운드랩으로 유명한 서린컴퍼니 매각이 표류하고 있다. 매각 측은 당초 조 단위 몸값을 기대했으나, 인수 희망자들이 원하는 가격은 5000억원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측이 눈높이를 크게 낮추지 않는 이상 거래가 성사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립스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매각 주관사로 글로벌 IB인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를 선정해 서린컴퍼니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가장 먼저 인수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건 유럽계 PEF 운용사인 CVC캐피탈이다. 인수 희망가로 8000억원을 써내며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따냈으나, 가격 등 세부 조건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차순위 협상자로 화장품 브랜드 조선미녀로 유명한 구다이글로벌과 경영권 인수로 영역을 확장 중인 벤처캐피털(VC)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컨소시엄이 등장했다. 이들은 인수 희망가로 6000억원 이하를 제시했으나, 조 단위 몸값을 기대했던 매각 측과 가격 격차가 너무 컸다.
기업가치를 짓누르는 요인도 있다. 2017년 설립된 서린컴퍼니는 화장품 브랜드 라운드랩(ROUND LAB)을 운영 중이다. 대표 제품인 독도 토너와 자작나무 선크림이 올리브영이라는 유통 채널을 등에 업고 급성장했으나,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올리브영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매각 측이 높은 몸값을 원하는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20년 363억원에 그쳤던 서린컴퍼니의 매출은 2023년 1156억원으로 세 배 이상 급증했다.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163억원에서 553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961억원, 735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훈풍에 올라타 빠르게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사례도 매각 측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이다. 2023년 9월 티르티르를 890억원에 사들인 더함파트너스는 지난해 4월 ‘조선미녀’ 운영사 구다이글로벌에 1500억원에 매각했다. 투자한 지 7개월 만에 70% 가까운 수익을 거둔 셈이다.
IB 업계 한 고위 임원은 “매각 측이 눈높이를 최대로 낮춰도 7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사는 입장에선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며 “미국과 일본 등 주요한 해외 시장에서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군납 비중이 높은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고 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이든 패션이든 브랜드의 경우 하방이 무한히 열려있는 투자라고 볼 수 있어 상방이 커야 하는데, 이를 억누르는 요인이 분명히 있다”며 “매각 측이 급하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 아닌 만큼 매각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칼립스캐피탈은 2022년 설립된 신생 사모펀드(PEF) 운용사로 LG전자 출신의 이혁 대표와 삼일PwC 출신의 이문섭 부대표가 이끌고 있다. 이들은 지난 2023년 메리츠증권과 손잡고 서린컴퍼니 지분 100%를 2300억원에 인수했고, 2년여 만에 3~4배에 달하는 몸값에 매각하길 희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