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겸 이사회 의장 / 조선DB

이 기사는 2025년 4월 4일 17시 1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재무적 투자자(FI)들과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을 지속하는 가운데, IMM PE가 풋옵션 행사가로 최소 31만원을 고수하는 이유는 자본시장 ‘큰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LP)들의 투자금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IMM PE는 전날 교보생명이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IMM PE는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주주간계약에 따라 감정인을 선임하고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고, 법원도 이를 승인했다”면서 “신 회장이 가치평가 보고서를 제출하고, 풋옵션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MM PE가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낸 이유는 법원이 국제중재판정부가 신 회장에게 부과한 이행강제금 결정이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신 회장이 제기한 ICC 이행강제금 부과 권한심사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중재판정부의 강제금 부과는 국내 민사집행법상 강제집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했다.

IB 업계에선 IMM PE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가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IMM PE는 2012년 교보생명에 2426억원을 투자하며 교보생명 지분 5.23%를 확보했는데, 이 투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공동투자펀드로 500억원을 출자했다.

국민연금 입장도 고려해야 하는 IMM PE 입장에선 명분 없이 손실을 감내하는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 원금만 건지는 수준의 주당 단가가 31만원에 달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민연금 입장에선 절차적 정당성 없이 손해 보는 가격을 수용했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기관 투자자들은 적절한 투자 판단을 내렸는지에 대한 감사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IMM PE가 운용사 이익만 생각하면 손절하는 것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고, 그러다 보면 협상의 여지가 더 생긴다”면서도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 투자자들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장기간 갈등을 지속하며 신 회장 측과 감정이 많이 틀어진 것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IMM PE와 달리 EQT파트너스의 경우 중순위 투자 단가가 발목을 잡는 것으로 보인다. EQT는 투자 당시 일으켰던 인수금융을 바로 갚지 않고, 리캡(자본재조정)을 통해 투자금 일부를 회수했다. 이어 중순위 자금까지 추가 조달했다. 이 투자 단가가 30만원 초반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 2018년부터 이어진 갈등… 지주사 전환하려면 봉합해야

이번에 국내 법원이 내린 판단으로 신 회장은 감정인 선정과 가격 산정 절차를 늦춰도 된다. 다만 FI들과의 합의는 필요하다. 교보생명 입장에서도 지주사 전환은 숙원이기 때문이다.

IMM PE가 해당 결정에 대해 즉시 항고한 만큼 결과에 따라 합의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 교보생명과 FI 간 갈등을 중재하고 있는 신한투자증권이 이번 거래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어피니티와 GIC는 지난달 교보생명 투자 원금(주당 24만5000원)보다 다소 낮은 23만4000원에 투자금을 회수했다. 두 운용사는 갈등을 지속하는 것보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는 것이 이익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두 기업은 교보생명을 상대로 낸 국제중재 소송도 취하했다.

2012년 교보생명 FI들(어피니티·GIC·IMM PE·EQT)은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매입하면서 신 회장과 주주간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2015년 9월 말까지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FI가 풋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신 의장 측에 매도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기업공개(IPO)는 불발됐고, 신 회장이 2018년 주당 41만원의 풋옵션 이행을 거부하자 이들은 신 회장을 상대로 국제 중재 소송을 이어왔다.

교보생명은 2020년 4월 어피니티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관계자들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며 양측의 갈등은 극에 달했다.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이 FI와 공모해 풋옵션의 공정시장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했지만, 어피니티와 딜로이트안진은 1심과 2심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