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중구 필동에 있는 주성빌딩 전경. /네이버지도 캡처

이 기사는 2025년 3월 28일 12시 2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유전자 정보 분석 업체 디엔에이링크(127120)가 최대주주가 바뀜과 동시에 새로운 최대주주로부터 건물을 취득해 주목된다. 디엔에이링크는 2017년을 마지막으로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데, 자금 사정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건물부터 취득하니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여름 기존 사업과 무관한 ‘희토류 영구자석’ 개발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디엔에이링크는 전날 최대 주주인 주성씨앤에어로부터 서울시 중구 필동 3가 소재 토지와 건물 양수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 건물의 이름은 주성빌딩으로, 토지 면적 528.9㎡에 지하2층~지상 3층 규모다. 양수 금액은 110억원으로, 자산 총액 대비 20%에 해당한다. 회사 측은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장기 성장 인프라 구축’을 취득 목적으로 들었다.

이 결정은 최대 주주가 기존 원자력·항공 관련 기업 오르비텍(046120)에서 글로벌 물류 회사 주성씨앤에어로 변경된 직후 이뤄졌다. 디엔에이링크는 26일 최대 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의 잔금 납입을 완료했다고 공시했다. 또 최대주주 변경으로 사명을 제이에스링크로 바꾸기로 했다.

같은 날 디엔에이링크는 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대상자는 주성씨앤에어의 박진수 대표로, 주당 6170원에 신주 81만373주가 발행될 예정이다. 영구자석 생산과 유전체 분석 산업의 인건비·설비 도입 등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기 위함이라는 게 이유였다. 모두 올해 안에 사용한다는 계획도 명시했다.

새로운 최대주주 주성씨앤에어가 총 양수도 금액 약 240억원을 100% 자기자금으로 조달한 만큼, 자금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성씨앤에어의 2024년 결산 기준 자산총계는 1412억1100만원이며 매출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151억9200만원, 101억9300만원이다. 그럼에도 주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최대주주로부터 자금이 수혈되자마자 건물부터 취득했다는 점 때문이다.

디엔에이링크는 지난해 7월 희토류 기반 영구자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생산을 위한 100억원 규모의 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했고, 각 8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또 중국 희토류 대표 기업 중 하나인 JLMAG 부사장 출신 켄지 고니시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2024년 12월부터 매달 신사업 진행 상황 관련 뉴스레터를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디엔에이링크 영구자석사업부가 3월 발간한 희토류 산업 뉴스레터. /디엔에이링크 홈페이지 캡처

디엔에이링크는 최근 외부감사인 대주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 의견 적정을 받았다. 계속기업 불확실성 등의 지적을 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업 환경은 좋지 못하다. 7년째 영업 손실을 잇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엔 영업손실 88억원으로 설립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쌓인 결손금도 860억원이 넘는다. 불성실공시 등으로 인해 최근 1년간 누적 벌점도 9.5점에 달한다.

게다가 디엔에이링크는 그나마 있던 흑자 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 전전(前前) 최대주주인 이종은 전 대표와 엔터미디어가 회사를 전 최대주주 오르비텍에 매각하면서 알짜 자회사인 국민비투멘과 엘앤씨바이오(290650)는 가져갔기 때문이다.

2022년 96억원을 주고 인수한 해상 화물 운송 업체 국민비투멘은 79억원에, 2018년 35억원에 인수한 생명공학 관련 기자재 판매 회사 엘앤씨바이오(290650)는 15억원에 각각 양도됐다. 2023년 말 기준 두 회사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24억8486만원, 3억1758만원이다. 디엔에이링크의 종속·관계 기업 8곳 중 순이익을 올린 곳은 두 곳뿐이다.

디엔에이링크의 상황이 이렇지만, 매각자인 오르비텍은 1년여 만에 3~4배 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11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최대 주주가 된 오르비텍은 CB 발행 등을 통해 지분율을 21.1%까지 높였다. 이 과정에서 투입한 현금은 9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이번에 경영권 매각대금 240억원, CB 투자 차익 등을 합하면 300억원가량을 회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