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이 기사는 2025년 3월 7일 12시 4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대형 회계법인으로 양분됐던 국내 인수·합병(M&A) 자문 시장에 독립계 자문사가 새로운 플레이어로 부상하고 있다. 기업가치 1000억원 이하의 중소·벤처기업 매각 자문을 핵심 사업으로 구축, 그 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67일 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M&A 자문시장에서 활동하는 독립계 자문사는 현재 8곳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과거 기업활동(IR) 대행사 큐더스 출신인 김대중·유세현 대표가 2016년 설립한 케이알앤파트너스가 유일한 독립계 자문사로 여겨졌던 것과 대조된다.

‘기업 지배구조 컨설팅업’으로 분류되는 독립계 자문사는 2020년대 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안진회계법인에서 M&A를 자문했던 김규현 대표가 2023년 설립한 MMP가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는 증권사 출신까지 가세하며 총 4곳 자문사가 신설됐다.

독립계 자문사의 증가는 국내 M&A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증권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내 M&A 산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M&A 거래 건수는 1926건으로 약 10년 전인 2014년 936건과 비교해 2배 이상으로 늘었다.

M&A 거래의 중심이 중소·벤처기업으로 전환된 것도 독립계 자문사의 등장을 부추겼다. M&A 자문의 핵심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연결이지만, 글로벌 IB와 대형 회계법인은 향후 지속 거래를 위해서라도 매수자 중심의 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독립계 자문사 한 대표는 “독립계 자문사는 주로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있는 중소·벤처기업에 미리 접촉, 해당 기업 매각 자문사로 나선다”면서 “매수자와의 이해관계보다는 매각 거래의 성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갖는다”고 말했다.

독립계 자문사는 속속 성과를 내고 있다. 케이알앤파트너스는 지난 한해 동안 총 8건의 M&A 자문을 성사시켰다. 거래 규모는 9109억원으로 글로벌 IB에 명함을 내밀 정도는 아니지만, 건수 기준으로는 유의미한 수준이다. MMP도 지난해 5건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시장에선 앞으로 독립계 자문사의 규모와 수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 최근 고령화 심화와 함께 중소기업 경영승계 이슈가 대두, 가업 승계가 아닌 기업 승계 방식의 M&A의 필요가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계 자문사의 먹거리가 느는 셈이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제조 중소기업 경영자 중 ’60세 이상’ 비중은 2012년 14.1%에서 2022년 33.5%로 증가했다. 특히 이 중 20.4%의 중소기업은 적절한 후계자가 없으며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 중 30.7%가 M&A를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보다 고령화를 먼저 겪은 일본에서 독립계 자문사는 현지 M&A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상장사도 있다. 일본 현지 중소기업의 기업승계 M&A를 주로 담당하는 일본M&A센터는 2006년 일본 중소기업 M&A 전문 기업으로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이창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가업승계는 연간 약 100건 수준이며, 일본과 마찬가지로 후계자를 찾지 못한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의 M&A 수요도 늘고 있다”면서 “300억원 이하 소규모 M&A에 집중하는 온라인 플랫폼까지 등장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독립계 자문사로 설립된 프렉탈테크놀로지, 한국기업거래소, 딥서치 등은 중소·벤처기업 M&A 자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매도자와 매수자 매칭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가 하면 착수금 없이 거래 성사 시에만 2% 수수료를 받는다.

독립계 자문사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일본과 같은 독립계 상장 자문사가 충분히 나올 수 있으리라고 본다”면서 “기업의 유지와 절세를 목적으로 한 기업승계 M&A가 이미 국내 중소·벤처기업들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