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5일 7시 1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몸값 5조~6조원을 목표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공작기계 업체 DN솔루션즈가 주가수익비율(PER)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로 했다. 설비 투자 비용이 큰 기계장치 산업의 특성상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방식을 택할 것이라는 추측이 많았지만, 회사에서는 그보다 순이익을 기반으로 한 PER 방식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비교기업에는 일본 공작기계 업체들이 주로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기업을 비교기업으로 넣는 것에 대해 한국거래소가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긴 하지만, DN솔루션즈의 경우 국내에는 마땅한 비교 대상이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다만 DN솔루션즈의 올해 실적 전망치와 해외 비교기업들의 PER 수준을 고려하면 기업가치가 4조~5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되는 데다 대통령 탄핵 정국 속에서 시장 유동성이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큰 상황이라, 목표로 삼은 몸값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N솔루션즈는 지난 11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증권신고서 작성을 시작했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 UBS증권이다.
DN솔루션즈는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 방식이 아닌 PER 방식으로 몸값을 정할 예정이다. 통상 기계장치 회사들은 설비 투자비용이 크고 감가상각비가 많이 발생해 EV/EBITDA 방식을 선호하나, DN솔루션즈는 안정적인 수익성과 순이익이 중요한 PER 방식을 택했다. 한 증권사 IPO 담당 임원은 “DN솔루션즈가 수익성도 좋고 다른 장치 산업과 비교해 자본적지출(CAPEX)이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EV/EBITDA를 보조적 방식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주로 PER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교기업은 해외에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그나마 비교할 수 있는 회사로 현대위아(011210)가 있었으나, 전체 매출 가운데 공작기계의 비중이 10%밖에 안 되는 데다 지금은 공작기계 사업의 매각까지 추진하고 있어 비교기업으로는 부적절하다는 게 주관사들의 판단이다. 그 외에 SNT다이내믹스(003570), SIMPAC(009160), 현대위아의 공작기계 사업을 인수하기로 한 스맥(099440), 화천기계(010660) 등의 상장사들이 있긴 하지만 시가총액이 수백~수천억원대에 불과하다. 기업가치 5조~6조원을 목표로 삼고 있는 DN솔루션즈와 비교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업계에서는 일본 및 유럽 공작기계 업체들이 DN솔루션즈의 비교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일본 공작기계 업체 가운데 상장사가 많은데, 이들의 트레일링PER(최근 4개분기 순이익을 기준으로 계산한 PER)은 대체로 13~15배 수준이다.
현재 세계 시장에서 상위권에 있는 일본 공작기계 상장사로는 아마다머신툴즈(PER 13.7배), 오쿠마코퍼레이션(14.1배), 화낙(26.1배), 고마쓰(10.3배), 마키노(12.4배), DMG모리(13.4배), 제이텍트(16.6배)가 있다. 야마자키마작의 경우 비상장사이며, 독일 트럼프·슐러, 미국 하스오토메이션 역시 비상장사다.
DN솔루션즈는 이들 기업의 PER을 감안해 자사에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 추산하는 올해 DN솔루션즈의 순이익은 3150억원 수준인데, 만약 여기에 13배를 적용한다면 4조원, 15배를 적용한다면 4조7000억원이 된다. 5조~6조원을 맞추려면 내년 중 이들 기업의 주가가 대폭 오르길 기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DN솔루션즈의 향후 공모 청약 흥행 여부는 구주 매출 비중을 어떻게 정할 지에도 달려있다. 현재 회사와 주관사단은 구주 매출 비중을 절반 안팎으로 정하기 위해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이 구주 매출로 나올 전망이다. DN솔루션즈는 전신이 두산공작기계다. 두산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두산공작기계를 인수했다가, 2021년 DN그룹에 되팔았다. DN그룹은 FI들의 힘을 빌려 인수 성공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