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이 지난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지급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오는 21일부터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대 45만원 상당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이 시작됩니다.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조치로 소비활성화와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 매출확대를 위해 쿠폰을 지급하는 것이죠. 지급 규모가 12조원에 달하는 소비쿠폰은 지역 내 연 매출 30억원 이하인 소상공인 사업장에서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카드사는 소비쿠폰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카드사는 소비쿠폰 계획과 함께 즉각 서버 증설과 가맹점 분류 작업 등을 시작했습니다. 2020년 긴급 재난 지원금의 경우 약 70%가 신용·체크카드로 지급된 만큼 이번에도 카드를 통한 쿠폰 사용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카드사는 정부의 마감 요청을 맞추기 위해 주말 근무까지 감행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행정안전부는 최근 카드사에 소비쿠폰 결제 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사회 환원 차원에서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번 소비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연 매출 30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업종은 이미 우대수수료율(0.40~1.45%)을 받고 있는데, 정부는 이보다 더 낮은 수준(0.15∼1.15%)으로 수수료율을 조정해 달라는 겁니다.

카드사들은 정부의 요청에 난색을 표합니다. 이미 지금까지 지속적인 수수료 인하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가 발생 중이고, 영세 가맹점의 경우 수수료율이 원가에 가깝다는 겁니다. 소비쿠폰 사업을 잘 활용하면 신규고객을 유치하거나 휴면 고객을 깨울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도 착각이라고 합니다. 카드사들이 자사로 유인하기 위한 마케팅을 벌여도 대부분 자신이 평소 쓰던 카드만 쓸 뿐입니다. 더욱이 쿠폰 관련 시스템 구축을 위한 비용도, 관련 마케팅을 위한 비용도 카드사가 전부 부담합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라면을 고르고 있는 모습. /뉴스1

긴급 재난 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전업 카드사 7곳(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카드)은 인프라 구축 비용, 판매 및 관리비 등을 제외하면 80억원가량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가 재정이 투입된 사업을 고객 확보 등 마케팅 수단으로 삼게 되면 정부나 금융 당국의 눈치도 보입니다. 실제로 대형 카드사들은 아직 특별한 마케팅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으며, 진행하더라도 아주 소규모일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 수수료율 인하 기조까지 나오면서 비용이 더 들어가는 ‘역마진’을 걱정해야 할 판입니다. 소비쿠폰 적용 대상인 영세·중소 가맹점에서 받아 가는 수수료율은 매년 낮아지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에도 가맹점 수수료율이 인하되며 영세·중소 가맹점의 신용카드 수수료율은 0.05~0.1%포인트, 체크카드는 0.1%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여신금융협회는 카드업계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최근 행정안전부 차관에게 면담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재난 지원금 사례를 봐도 카드업계 수익은 없었으며, 쿠폰 시작이 10일 남은 상황에서 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시스템 구축도 촉박하다는 의견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다만 카드업계에서는 정부의 요청을 완전히 거부할 수는 없어, 수수료 인하 대신 기금 마련 등의 방식으로 소상공인 부담 경감에 동참하는 방안 등도 논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