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금융지주(139130)와 JB금융지주(175330)가 주주환원 강화를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을 하면서 최대주주의 주식이 시장에 풀리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은행지주의 대주주 지분 한도 규제 때문인데, 정부의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9일 국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금산분리 지분율 유예 법안인 ‘금융산업의 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등 4개 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 소각으로 대주주 지분율이 금산분리 허용치를 넘을 경우 최대 2년 동안 주식 매도 유예기간을 주는 내용이 골자다.
최근 지방금융지주사들의 자사주 소각으로 최대주주의 은산분리 규제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법 개정이다. JB금융 최대주주 삼양사(145990)는 이달 초 지분 12만5000주를 매각했다. 지분율은 14.83%에서 14.77%로 내려갔다. 삼양사는 전북은행 설립 당시 주주로 참여한 이래 처음으로 JB금융 지분을 정리했다.
J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을 가동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진행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각하면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데, 삼양사가 지방금융지주 은산분리 한도인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결국 15% 한도를 넘기기 전에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이다. 삼양사는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 등을 감안해 은산분리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금융 당국에 문의했으나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JB금융의 2대 주주인 얼라인파트너스 역시 지분 14.26%를 보유 중이다. 자사주 소각이 계속되면 얼라인파트너스도 주식 일부를 정리해야 한다. JB금융은 장기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40% 이상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iM금융도 자사주 소각에 따라 대주주인 OK저축은행의 지분이 시장에 풀릴 전망이다. 지난해 iM뱅크(옛 대구은행)가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최대 주주의 지분율 한도는 10%로 낮아졌다. 최대 주주인 OK저축은행의 지분율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9.7%다.
iM금융은 2027년까지 자사주 총 1500억원을 소각할 방침인데, 오는 8월에도 자사주 400억원어치를 소각한다. 지분율 10%를 넘어서기 전에 OK저축은행은 지분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런 대주주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문제는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를 역행한다. 자사주 소각은 주가를 부양해 주주환원을 확대하는 것이 목적인데, 최대주주 지분이 시장에 풀릴 것으로 예상되면 주가에 악재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여야가 합의로 규제 완화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금융지주사 관계자는 “밸류업 프로그램 시작 당시에 이미 오버행 이슈가 제기됐는데,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면서 예상보다 문제가 빨리 불거졌다”며 “회사가 자사주를 매입·소각하는데, 최대주주가 주식을 내다 팔면 밸류업 효과가 반감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