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 대표. /민서연 기자

“사람은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당황하고 10억원 손실로 끝날 일이 100억원이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공지능(AI)은 그럴 위험이 적습니다. 모든 행동이 시나리오 안에서 이뤄지죠.”

김형식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크래프트) 대표는 지난 18일(현지 시각) 크래프트 홍콩 사옥에서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사람이 인지하지 못하는 시장의 미세한 패턴까지 찾아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크래프트는 아시아 최초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을 내놨다.

AI 자산관리 플랫폼은 투자할 종목에 대한 정보를 찾아주고 직접 매수를 실행하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금융권 전용 AI 플랫폼이다. 기존 생성형 AI와 다르게 금융권 정보에 특화돼 있으며 질문하는 투자자의 성향과 관심도를 파악해 같은 질문에 대해서도 다른 답변을 내놓는 개인 맞춤형 AI 에이전트다.

중화권 초고액자산가들은 AI 자산관리 플랫폼에 관심이 많다. 이들은 직접 자산을 운용하고 싶어 하고 자신의 의지가 반영되길 바란다. 어떤 자산가는 유난히 바이오 쪽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어떤 자산가는 뷰티 쪽에 투자하고 싶어 한다.

자산가들이 똑똑해지면서 힘들어지는 건 프라이빗뱅커(PB)다. 전 세계의 자산가들은 궁금한 점을 시도 때도 없이 물어본다. 또 특정 분야에 대해 PB보다 더 잘 알고 있다. AI 기반 자산관리 플랫폼 뉴럴핀AI(Neuralfin AI)는 PB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플랫폼에는 실시간으로 궁금한 점에 대해 답변해주는 PB의 모습을 한 AI가 등장한다. 크래프트는 이 플랫폼을 고액자산가에게 먼저 공급하고 앞으로 개인투자자도 사용할 수 있게 하기로 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일문일답.

김형식 크래프트 테크놀로지스 대표. /민서연 기자

─크래프트의 핵심 사업 모델이 궁금하다.

“AI와 금융 전문성을 결합한 투자 상품 및 서비스를 핵심 사업 모델로 삼고 있다. 구체적으로 AI가 운용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고, 금융기관 대상의 포트폴리오 신호 제공이나 대형언어모델(LLM) 엔진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특히 크래프트 기술이 적용된 AI ETF 중 하나인 QRFT는 2019년 상장 이후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약 136.9%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AI를 활용하겠다는 수요는 많지만, 신뢰성과 안정성이 중요한 금융에서 AI를 실제 접목하는 일은 쉽지 않다.

“AI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얼마나 발전하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우려 때문에 금융권에서 쓰이는 AI는 최종적으로 한번은 사람의 개입이나 검증이 들어가게 될 것 같다. 다만 금융권의 AI는 점점 더 정교화되고 신뢰도가 높아지고 있고, 사람이 검증하는 횟수와 시간이 이미 많이 짧아졌다. 앞으로도 더 단계가 줄어들 것이다.”

─뉴럴핀AI가 사람 PB보다 강점을 갖는 부분은 무엇인가.

“AI는 잠을 자지 않는다. 개인 시간도 필요 없다. 따라서 고객의 재무 이력, 포트폴리오의 변화, 시장의 흐름을 매 순간 실시간으로 분석해 맞춤형 투자 전략과 자산 재조정을 제안할 수 있다. PB들의 서비스가 오프라인에서 한정적으로 이뤄졌다면 뉴럴핀은 이를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도록 만든다. 즉 기존의 자산관리 서비스를 한 단계 정교하게 고도화시킬 것이다.”

─크래프트의 AI 기술은 뉴럴핀AI에 어떻게 적용되었나.

“뉴럴핀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크래프트의 AI 기술이다. 크래프트가 연구해온 딥러닝(심층학습) 알고리즘이 플랫폼에 탑재돼 방대한 시장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함으로써 고객별로 최적화된 포트폴리오 전략을 도출한다. 예를 들어 각 고객 계정의 자산 구성과 시장 상황을 AI가 상시 학습하고 있다가 시장 변화에 따른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나 위험 관리 조치 등을 자동으로 제안한다. 특히 크래프트가 보유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기술이 뉴럴핀AI에 접목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고객은 플랫폼 내에서 AI와 자연어로 소통할 수 있고, 투자 리포트 요약이나 질의응답 같은 지능형 상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받게 된다.”

─AI PB에 대한 수요가 고액자산가 사이에서 굉장히 높다고 하던데.

“자산가들의 복잡한 자산관리 문제를 과학적이고 신속하게 풀어줄 도구이기 때문이다. 부유층 자산관리는 고려해야 할 투자 대상과 위험 요소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다. AI는 인간 전문가가 일일이 소화하기 어려운 방대한 금융 데이터와 뉴스, 시장 지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낼 수 있고, 그 속에서 미묘한 인사이트를 발견해낸다. 이를 통해 투자 의사결정의 정확도와 속도가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부유층에게만 수요가 있는 플랫폼인가.

“그렇지 않다. AI PB는 개인화 측면에서도 혁신이 크다. AI는 각 자산가의 투자 성향, 유동성 필요, 세금 이슈, 부동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맞춤형 설루션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줄 수 있다. 현재는 주로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적용되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반 개인 투자자도 이용할 수 있는 AI 자산관리 서비스로 확장될 수 있다.

누구나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전략을 손쉽게 설정하고, AI가 실시간으로 자산 재조정이나 위험관리를 제안해주는 대중형 서비스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기존에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던 자산관리 프로세스를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화하고 최적화함으로써, 보다 정교하고 체계적인 부의 관리가 가능해진다.”

─개인투자자들이 이런 플랫폼을 활용한다면 뭐가 가장 달라질까.

“LLM 기반의 대화형 AI 자문 서비스는 금융 데이터와 인사이트 제공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다. 이제 투자자들은 금융사 리포트나 기사를 읽을 필요 없이 챗봇에 질문만 던지면 관련 종목에 대한 최신 뉴스부터 리포트의 주요 내용을 정리해준다. 또 실제 PB와 대화하듯 복잡한 금융 데이터나 용어도 AI가 알아듣기 쉬운 말로 풀어서 설명해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내 포트폴리오 성과 어때?”라고 물으면 AI가 강점과 약점을 요약하고 최근 시장상황을 반영해 추가 보완할 부분을 제안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