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은현

우리은행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정기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토록 한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체계를 개편했다. 통상 임금은 휴일·시간 외 수당 등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급여다. 통상 임금이 오르면 근로자가 실제 받는 월급도 많아진다. 다른 시중은행도 관련 안건에 대한 노사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평균 연봉 1억2000만원인 은행원들의 급여는 더 높아질 전망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노사는 2분기 노사협의회에서 통상 임금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통상 임금에 명절 상여금, 창립기념일·근로자의 날 축하금 등 정기 상여금과 성과급(최소 지급률 적용) 등이 포함됐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통상 임금이 늘어 연차 수당과 시간 외 수당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의 통상 임금 확대 판결에 따른 후속 조치다. 통상 임금이란 근로자가 노동의 대가로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받는 급여를 말한다. 그동안은 여기에 ‘고정성’ 즉,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경우가 포함됐으나, 이를 요건에서 제외한 것이 판결의 핵심이다. ‘재직자, 근무 일수 등의 조건이 붙은’ 정기상여금도 통상 임금의 일부로 인정된다. 성과급도 포함된다. 대법원은 “근무 실적과 무관하게 지급되는 최소 지급분은 소정 근로의 대가에 해당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성과급 최소 지급률이 기본급의 30%라면 이 부분은 통상 임금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제공)

통상 임금의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우리은행 임직원의 월급도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은행 노조 관계자는 “근로 시간 및 연차, 직급별 소득이 모두 달라 일률적인 계산은 힘들지만 대리 직급 행원 기준 평균 월 15만~20만원가량을 보전받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연봉 기준으로 180만~240만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은행 입장에선 인건비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말 기준 우리은행 직원 수는 1만4308명으로, 이들이 매년 240만원을 더 받는다고 단순 가정하면 인건비는 300억원가량 증가한다. 대리급 이상 직원이 은행 인력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더 높은 점을 고려하면, 실제 인건비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노사 합의를 통해 통상 임금 지급률을 정했기 때문에 범주가 넓지 않다”며 “고정성 이슈가 있던 IBK기업은행을 제외하곤 임금 인상 분에 대한 사측의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기업은행 노조와 퇴직자 1만1202명이 ‘600% 정기 상여금을 통상 임금에 포함시켜 달라’며 낸 소송에서 회사 측 손을 들어준 2심을 깨고 파기 환송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에서 사실상 패소 판결을 받은 기업은행이 퇴직자 등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만 775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