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진영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연 1%대까지 떨어지자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이 4%대 고금리로 틈새를 파고들며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오는 9월 1일부터 예금 보호 한도가 1억원까지 오르면 상호금융으로의 ‘머니 무브(자금 이동)’는 더욱 본격화할 전망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천안신협의 ‘e-파란적금’의 기본 금리는 연 4.30%다. 월 최대 100만원까지 납입이 가능한 정액 적립식 적금 상품으로, 가입 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내다. 자동이체 납입 실적, 체크카드 결제 실적 등 우대 조건을 모두 충족할 경우 최고 금리는 연 4.63%다. 매월 100만원씩 5년 동안 연 4.63% 금리의 상품에 저축하면 원금은 총 6000만원, 세전이자는 706만원가량이다. 이 상품은 비대면 전용 상품으로 신협 온뱅크와 리온브랜치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이촌새마을금고의 ‘MG더뱅킹정기적금’의 기본 금리는 4.00%, 최고 금리는 4.5%다. 월 100만원 이내로 최대 1년간 저축하는 상품이다. 부평농협의 ‘주머니(money) 정기적금’의 기본 금리는 연 3.5%이며 농협 첫 거래, 오픈뱅킹 타행계좌 등록 등 우대 조건 충족 시 최고 연 4.1% 금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월 납입액은 최대 50만원이며, 가입 기간은 1년이다.

그래픽=정서희

은행 예·적금 상품은 기본 금리가 연 4%를 한참 밑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날 기준 1년 만기 정기적금 상품의 기본 금리는 연 2.30∼3.15%다. 같은 조건에서 정기예금 기본 금리는 연 2.15~2.58%였다. BNK부산은행과 제주은행의 정기예금 기본 금리는 연 1.9%까지 떨어졌다.

상호금융은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하며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예테크(예·적금+재테크)족들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국 각지 단위 조합의 고금리 예·적금 특판 정보를 공유하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완판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잠실새마을금고가 내놓은 1년 만기 연 3.6% 예금 특판은 1시간도 되지 않아 온라인에서 판매가 완료됐다.

상호금융권 곳간엔 돈이 빠르게 쌓이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의 수신 잔액은 지난 3월 말 917조8040억원이다. 올해 1월 말(906조6098억원)과 비교해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다만 고금리 경쟁이 과열될 경우 상호금융의 수익성과 자산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로 ‘적자·연체 쇼크’에 빠진 상황에서 고금리 마케팅으로 역마진이 발생할 경우 부담은 상당할 수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은행에 비해 상호금융의 예·적금 금리가 높긴 하나, 현재 금리 격차가 1%포인트 이상으로 많이 벌어져 있는 상황이다”라고 했다.

금융 당국은 9월 예금 보호 한도 상향을 앞두고 상호금융권이 과도한 수신 경쟁에 나서지 않도록 중점 점검할 방침이다. 또 유동성·건전성 취약 단위조합을 집중 점검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