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의 ‘자본의 질’을 나타내는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이 올해 1분기 하락하고 있다. 보험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자본성 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하며 ‘자본의 양’을 늘렸지만 질적 측면에서는 악화되고 있다는 뜻이다. 단기간에 자본의 질을 개선하기 힘든 만큼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가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으로 경영 상태를 알아볼 수 있는 지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39개 보험사 중 올해 1분기 기본자본 킥스가 직전 분기 대비 하락한 보험사는 절반이 넘는 26개다. 대형 보험사 중에서도 삼성화재를 제외한 7개 보험사의 기본자본 킥스가 하락했다.
기본자본 킥스가 중요해진 이유는 금융 당국이 이 지표를 경영실태평가에서 의무 준수 기준으로 격상시키면서다. 보험사의 킥스는 가용자본(기본자본과 보완자본의 합)으로 결정되는데, 금융 당국은 위기 상황에서 손실 흡수 능력이 뛰어난 기본자본 중심으로 건전성을 유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보완자본은 만기가 되면 갚아야 할 빚으로 일시적인 자본에 가깝다.
금융 당국의 건전성 규제가 양(보완자본)에서 질(기본자본)로 바뀌면서 건전성이 우수한 보험사가 어디인지 손쉽게 구별할 수 있게 됐다. 대형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158.6%로 가장 높았고, 교보생명(144.5%)과 삼성생명(141.4%)도 100%를 넘기며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반면 DB손해보험의 기본자본 킥스는 올해 1분기 74.4%로 직전 분기보다 11.3%포인트 하락하며 하락폭이 가장 컸다. 현대해상은 같은 기간 10.8% 하락한 46.7%를 기록하며 50%를 넘기지 못했다.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111.9%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한화생명은 64.7%로 교보생명보다 79.8%포인트 낮았다.
중소형사 중에서는 푸본현대생명·iM라이프·롯데손해보험·하나손해보험·MG손해보험이 1분기 50% 미만을 기록했다. 이 중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돼 파산 수순을 밟고 있는 MG손해보험이 -18.2%로 가장 낮았고, 매각을 추진 중인 롯데손해보험이 -15.6%였다.
지금껏 대다수 보험사는 후순위채권을 발행해 자본의 양을 늘리는 데 치중했다.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면 킥스는 상승한다. 하지만 보완자본으로만 인정돼 기본자본이 늘어나지 않는다. 후순위채권 이자가 기본자본 중 하나인 이익잉여금에서 빠져나가 오히려 자본의 질이 악화된다. 많은 보험사가 자본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지난해 보험업권의 자본성 증권 발행액은 8조7000억원으로 전년(3조2000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보험사는 올해에도 5조2200억원에 달하는 자본성 증권을 발행하며 급한 불부터 끄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본자본 킥스 악화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기본자본을 늘리려면 영업을 잘해 이익을 늘려야 하는데, 경쟁이 심화돼 영업이익을 단기간에 늘리기 쉽지 않다. 유상증자는 주식 가치가 희석돼 주주들 이익과 배치되고, 신종자본증권 발행으로 기본자본을 늘리려면 까다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보험사가 당장 대응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를 줄여 요구자본을 축소하는 것이다. 요구자본은 보험사가 위험을 감당할 수 있도록 보유해야 할 자금을 뜻한다. 가용자본이 그대로라면 요구자본이 줄었을 때 건전성 지표가 개선된다. 금융 당국도 “보험사의 자본관리는 자산·부채 종합관리(ALM)가 핵심이다”라며 리스크 관리를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