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전문은행 3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해외에 나가 글로벌 시장의 인공지능(AI) 기술 활용법을 공부해 오고 있다. 인터넷은행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디지털 기술인 만큼, 경영진이 나서 최신 기술 트렌드를 습득하겠다는 의지다. 또한 국내 인터넷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만큼 해외 시장과 접점을 넓히는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는 최근 실리콘밸리와 로스앤젤레스(LA) 등 미국 서부 지역을 방문해 2주간의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이번 출장은 토스뱅크의 지분을 가진 미국의 벤처캐피털(VC) 굿워터 캐피탈이 이 대표를 투자자 정기주주총회에 초대하면서 이뤄졌다. 출장 중 이 대표는 미국 서부 지역 은행 창업가 및 핀테크 관계자들과 만나 현지 금융사의 AI 활용 사례를 확인하고, 차세대 디지털 금융 발전 방향을 논의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최근 CEO들이 직접 해외 나가 글로벌 AI 트렌드를 파악하며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지난 4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머니 2020 아시아’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머니 2020 아시아는 아시아 최대 핀테크 행사 중 하나다. 올해 행사는 AI를 주제로 열렸으며 85개국의 기업들이 참석해 핀테크와 AI 접목 사례를 공유했다.
케이뱅크의 최우형 은행장은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 참가했다. 국내 인터넷은행 CEO가 MWC 현장에 참석한 첫 사례다. 최 은행장은 주요 기업과 미팅 과정에서 확인한 AI 기술 동향을 케이뱅크 사업에 적용할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인터넷은행 CEO들이 AI 트렌드를 공부하려 해외로 나가는 이유는 서비스 경쟁력 제고와 해외 진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함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이용 환경이 발전하면서, 인터넷은행들은 시중은행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디지털 서비스를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선택받은 분야가 AI다. 경영진이 글로벌 AI 동향을 학습하는 행보는 인터넷은행이 우월한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려고 전사적인 노력을 쏟는 중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더욱이 CEO가 직접 현지 기업과 만남을 추진하는 것은 해외 진출을 위한 밑그림 전략이기도 하다. 카카오뱅크는 태국 가상 은행 설립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앞으로 5년 내 해외 진출을 하겠다고 올해 발표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CEO의 해외 일정은 단순 순방에 그치지 않는다”며 “현지 금융 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규제 환경을 배우고 글로벌 금융사에 존재감을 알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