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그동안 소문만 무성했던 저축은행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의 연계투자 서비스가 막을 올렸다. 저축은행·온투업 연계투자로 금융소외계층의 대출 기회가 확대되고 관련 상품의 대출 금리가 기존 상품보다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온투업계 1위 피에프씨티테크놀로지스(PFCT)는 전날 오전 저축은행의 연계투자금을 조달해 중·저신용자를 위한 신용대출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투자금은 다올저축은행, 고려저축은행, 스마트저축은행, 세람저축은행 등에서 조달할 예정이며 신청 추이에 따라 연계 저축은행을 29개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26일에는 어니스트AI가 온투업 기관 연계투자 기반의 Banking-as-a-Service(BaaS) 모델인 ‘어니스트펀드’를 출시했다. 어니스트펀드는 금융기관이 투자금을 맡기면 AI 대출 플랫폼을 통해 대출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금리와 한도로 대출이 실행되는 서비스로, 저축은행이 투자한다. 이어 에잇퍼센트, 머니무브, 모우다 등도 이른 시일 내에 연계투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저축은행과 온투업 연계투자는 온투사가 모집한 금융 소비자의 신용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저축은행이 공급하는 금융서비스다. 금융 소비자가 온투사에 대출을 신청하면 온투사는 각 사의 신용평가모델(CSS)로 대출을 심사하고, 저축은행에 금융 소비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이후 저축은행이 대출 결정을 내리고 온투사에 투자금을 이체하면서 대출이 실행되는 구조다.

지난해 7월 24일 금융위원회로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이후 참여 의향을 밝힌 업체들과 유관기관이 협력해 서비스 개발을 추진해 왔다. 올해 초부터 저축은행중앙회는 연계투자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왔으며 1분기 중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했으나 저축은행별 서비스 점검이 길어지면서 최근 상품이 출시됐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이 서울 마포구 마포 저축은행중앙회에서 열린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매각 활성화를 위한 전 금융권 합동 매각설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스1

저축은행 연계투자는 온투업계의 숙원이었다. 온투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와 금융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 자금을 거래하는 금융 서비스를 의미한다.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들은 다양한 대출 상품에 투자할 수 있고, 금융 소비자는 전통적인 은행이나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P2P(Peer-to-Peer)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

그러나 온투업에 대한 신뢰도가 미흡하다 보니 안정적인 자금 공급이 이뤄지기 어려웠고 성장도 정체됐다. 온투업중앙기록관리기관(KFTC)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49개 온투사 대출 잔액은 1조1479억원이다. 온투사 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1조1060억원, 2023년 말 1조1189억원으로 1조원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신규 투자자금 유입 없이 기존 투자금만 시장을 순환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저축은행이 자금줄을 담당하면서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 온투사들은 자금 조달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신용도와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다. 또한 실제 금융기관의 실사·심사 기준을 적용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향상될 수 있으며 금융 규제 대응과 시장 확대에도 저축은행과 같은 기관들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금융 소비자들에게도 긍정적이다. 온투업체들의 자금 조달 기반이 다양화되면 금리 경쟁이 촉진돼 금융 소비자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 실제로 온투업과 저축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연계대출 상품의 금리는 13~14%로 일반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약 18%)보다 낮다. 또한 중신용자·프리랜서 등 기존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대출 기회 확대되면서 금융 접근성도 향상된다.

저축은행은 대출 자산을 다변화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새로운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면서 수익 모델을 다각화할 수 있고, 온투업 플랫폼과의 연계로 비대면·데이터 기반 운영 역량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늦게 서비스를 시작한 만큼 철저히 시스템을 점검했다”며 “이번 저축은행 연계투자를 시작으로 연계투자가 카드와 보험사 등 2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