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본사. /롯데카드 제공

2022년 매각 불발을 겪은 국내 5위 신용카드사 롯데카드의 재매각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지주나 여타 후보 기업들의 인수의향이 뚜렷하지 않은 데다, 카드업이 사양 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카드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이달 초 금융지주사와 금융사 등 잠재인수 후보군 8곳에 투자안내서(티저레터)를 배포했다. 특히 MBK파트너스는 기존 3조원대였던 희망 몸값을 2조원대로 낮추며 매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아직 적극적인 인수의향을 드러내는 곳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카드 지분 구조를 보면 MBK파트너스가 59.83%, 우리은행과 롯데쇼핑이 각각 20.00%씩 갖고 있다.

안내서를 받은 지 한 달이 되어가지만 금융지주들은 여전히 롯데카드 인수에 미온적인 입장으로 알려졌다. 과거 첫 매각 때 하나금융지주가 인수 후보 1순위로 꼽혔으나 지금은 통상적인 절차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냈으며, 지분 20%를 가지고 있는 우리금융지주나 KB금융지주도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미 카드사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 KB금융지주는 롯데카드와의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의 기반 중 하나는 롯데백화점을 포함한 롯데그룹의 유통 채널이다. 그런데 오프라인 매장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 큰 비용을 지불해서 인수할 만큼 점유율이나 수익성 개선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건전성 문제도 있다. 2021년 도입된 적격비용 산출제도로 신용판매 수익이 줄어든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카드론 등 대출 상품 의존도가 크게 올랐다. 지난해 말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잔액은 42조3873억원으로 전년보다 3조6000억원 늘었고 연체율은 0.02%포인트 상승한 1.65%를 기록했다. 사실상 악화하는 신용 판매 수익성을 대출 부문 이익으로 보전 중이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카드사에 건전성 관리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서울 시내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뉴스1

이외에도 카드업계는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다. 적격 비용으로 결제 건당 수익은 크게 줄었으며 삼성페이를 비롯한 간편 결제 플랫폼의 유료화 움직임도 나온다. 가상자산업계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지급 결제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카드 결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앞서 카드업계에서는 네이버도 인수 후보군에 올랐다. 하지만 네이버 측은 최근 공식적으로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서비스 사업 부문을 네이버 파이낸셜로 분사하고 키우면서, 카드사와 시너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배경에서 이런 추측이 나왔다. 네이버가 롯데카드를 인수할 경우 여신전문금융업자로서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간편결제로 결제시장을 탄탄하게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 파이낸셜이 굳이 2조원대의 카드사를 인수하면서 적자 사업인 카드 신용 판매를 늘릴 이유가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경우 롯데카드를 인수해 점유율 등에서 업계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감이 매각 초기에 나왔었지만, 최근 카드업황이 전반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거금을 들여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회사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