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연금보험의 모회사 IBK기업은행 사옥. /IBK기업은행

연금보험만 판매하는 단종 보험사 IBK연금보험이 새로운 회계제도(IFRS17) 도입으로 본업인 보험영업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 건전성 지표도 끌어올려야 하는 숙제도 떠안게 되면서 모회사인 IBK기업은행의 부담이 늘고 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BK연금보험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52억원으로 전년 동기(99억원) 대비 47.5% 감소했다.

IBK연금보험은 2021년 당기순이익 615억원을 기록했으나, 이듬해 36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IFRS17이 도입된 2023년에는 -260억원으로 적자를 냈다. 지난해 289억원으로 반등했으나, 올해 1분기 다시 하락세로 전환했다.

IBK연금보험이 2023년 적자를 낸 이유는 IFRS17 도입 때문이다. 연금보험은 미래 수익성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모든 보험사가 CSM에 유리한 보장성 보험을 집중 판매했으나, IBK연금보험은 단종 보험사로 대비가 불가능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본업인 보험손익의 축소다. 2022년 IBK연금보험의 보험손익은 8286억원이었으나, IFRS17 도입으로 2023년 235억원으로 급감한 뒤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에 대비해 쌓아두는 책임준비금은 지금껏 단순 부채로 평가됐으나, IFRS17에서는 계약부채로 인식하는 등 평가 방법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실제 2022년 IBK연금보험의 보험손익(8286억원)은 IFRS17에 따라 -2091억원으로 재산정됐다. 보험수익은 2조2603억원에서 바뀌지 않은 반면, 1조4318억원이던 비용이 2조3702억원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일러스트=조선DB

IBK연금보험이 연금보험 등 저축성 보험에만 의존해야 하는 만큼, 부업인 투자손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2023년 -260억원이던 당기순이익이 이듬해 289억원으로 반등했던 이유도 같은 기간 투자손익이 -587억원에서 131억원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은 약 1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투자손익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금리 변동에 따른 리스크는 확대될 수밖에 없다. 금리가 변하면 IBK연금보험이 보유한 자산과 부채의 평가액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이 최근 금리 변동에 따른 자산·부채 종합관리(ALM)를 정교화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다.

건전성 문제도 IBK연금보험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IBK연금보험은 지급여력비율(킥스) 부문에서 안정적인 보험사로 손꼽혔지만, IFRS17 도입으로 건전성 지표가 하락했다. 지난해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킥스는 234.3%로 양호하지만, 경과조치 적용 전은 111.5%로 법정 기준치(100%)를 소폭 상회하고 있다. 경과조치는 킥스 도입으로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떨어질 것을 고려해 신규 위험액 측정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특히 손실 흡수 능력이 뛰어난 기본자본만을 기준으로 한 킥스가 기준치를 넘기지 못하면 적기시정조치가 내려지는 방안이 도입될 예정인 만큼, IBK연금보험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IBK연금보험의 기본자본 킥스는 지난해 말 기준 21.6%로 예상되는 기준치(50%)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기본자본을 확보하려면 영업이익을 늘리거나 유상증자를 단행해야 한다. 영업이익 개선 기대감이 낮은 IBK연금보험은 유상증자 외에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모회사인 IBK기업은행의 부담이 늘어난 셈이다. 앞서 IBK기업은행은 2020년과 2023년 두 차례에 걸쳐 총 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이에 따른 IBK연금보험의 기본자본은 2023년 말 -193억원에서 지난해 말 1466억원으로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