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신한금융지주 진옥동, 우리금융지주 임종룡, KB금융지주 양종희 회장. /각 사 제공

정권 교체 때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교체가 반복되면서 내년 임기를 마치는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여부에 금융권 관심이 쏠린다. 금융권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윤석열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한 CEO들은 사퇴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내년 3월 임기를 마친다. 내년 11월엔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윤석열 정부에선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교체됐다.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16일 후에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취임했고, 이듬해 1월 이석준 전 NH농협금융 회장이 임기를 시작했다. 같은 해 3월엔 진옥동 회장과 임종룡 회장이 각각 임기를 시작했다. 그해 8월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까지 용퇴를 결정하면서 5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지주 회장 인선에 노골적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윤 전 회장이 용퇴를 결정하기 전 4연임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 원장은 “선진적인 지배 구조의 선례를 만들어줬으면 한다”며 사실상 퇴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금융권에선 차기 정부에서도 이런 관치 금융이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임 회장의 경우 연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금융권에서 나온다. 당시 전임 손태승 회장이 연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으나, 금융 당국의 압박에 밀려 물러났다. 이후 금융위원장 출신 임 회장이 내정됐다.

일러스트=조선DB

KB금융은 전임 윤종규 회장 임기 동안 외풍에 취약했던 지배구조를 상당 부분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윤 전 회장이 용퇴 과정에서 금융 당국과 마찰을 빚었다는 점에서 여전히 외부 입김이 작용한다는 분석도 있다. 윤 전 회장은 퇴임을 앞두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5대 금융지주 수장 가운데 유일하게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김성태 기업은행장도 내년 1월 임기를 마친다. 국책은행 특성상 연임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내부에서 이사회를 열어 은행장 후보를 결정하는 시중은행과 달리,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은행장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신한금융은 재일 교포와 사모펀드(PEF) 등 외국계 주주가 중심이 되는 지배 구조로 다른 금융사와 비교해 외풍에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다. 하지만 전임 조용병 회장이 3연임을 노리다가 세대교체를 이유로 돌연 사퇴한 것에 대해 정부와 금융 당국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금융분과를 금융권 노조위원장 출신 민주당 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금융지주 회장을 흔들 방법이 많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