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 판매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했다. /뉴스1

법인보험대리점(GA)업계가 반발했던 금융 당국의 보험 설계사 판매 수수료 개편안이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과도한 수수료 경쟁을 막기 위한 방편인 만큼, 고객이 계약을 장기간 유지하고 합리적인 보험 상품을 추천받을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은 지난달 30일 수수료 개편안 설명회를 개최하고, GA 소속 설계사 ‘1200% 룰’ 적용과 수수료 분할지급, 수수료 공개 방안 등을 발표했다. 금융 당국은 보험업계의 수수료 경쟁으로 고객 피해가 발생한다고 판단, 수수료를 일정 수준 통제하는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마지막 조율을 끝낸 뒤 최종안을 공개할 방침이다.

1200% 룰은 계약 후 1년 동안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를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뜻한다. 지금껏 보험사 전속 설계사에게만 적용됐으나, 이제 GA 소속 설계사까지 확대되는 것이다. 최근 보험 영업 시장이 GA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영향력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7년부터는 수수료 분할지급이 단계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설계사들은 보험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1~2년 사이에 몰아서 받아왔다. 금융 당국은 수수료를 최대 7년 동안 나눠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설계사가 수수료를 짧은 기간 안에 모두 받으면 고객의 계약을 관리하거나 유지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수수료를 또 받기 위해 불필요한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라고 무리하게 권유하는 현상이 계속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가장 논란이 됐던 수수료 공개안은 등급 정보를 공개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다. GA업계는 설계사가 받을 수수료가 얼마인지 공개되면, 고객이 상품 가입 조건으로 수수료 일부를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등 부작용이 크다고 비판해 왔다. 이 때문에 금융 당국은 구체적인 수수료 액수를 공개하기보다, 매우높음·높음·평균·낮음·매우낮음 등 5단계로 나눠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일러스트=손민균

보험업계에서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과도한 수수료 경쟁과 설계사 모셔 오기 등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A 소속 설계사들이 1200% 룰을 적용받게 되면 고액의 정착 지원금에 따라 여러 차례 이직하는 현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설계사가 이직하면 기존 계약은 제대로 관리될 가능성이 낮은데, 이러한 계약을 ‘미아계약’이라고 한다.

특히 수수료 분급과 유지관리 수수료 신설로 계약유지율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설계사가 계약이 유지되는 조건으로 수수료를 받게 되면, 부당승환(갈아타기)을 줄이고 계약 유지·관리에 노력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설계사가 수수료를 받지 않기 시작하는 3년 차 계약 유지율은 50% 미만이다.

현재 설계사는 계약 체결 후 1년 차에 월 보험료의 1150%, 2년 차에 850% 등 총 2000%를 받는다. 하지만 개편안이 시행되면 1년 차에는 1150%, 2년 차에는 460%를 각각 받는다. 1년 차 때 받는 수수료는 동일하지만, 2년 차에는 390%가 줄어드는 것이다.

대신 3년 차부터 계약이 1년 유지될 때마다 유지관리 수수료 90%를 최대 5년(계약 후 7년) 동안 받는다. 계약이 3년 차 때 해지되면 총수수료가 종전 2000%에서 1610%로 줄지만, 계약이 7년 유지되면 총수수료는 2060%가 된다. 계약이 오래 유지될수록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처럼 계약유지율이 중요해지면서, 고객들이 더 합리적인 상품을 추천받을 가능성도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GA 설계사 다수는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판매하기보다, 높은 시책(수수료 외 추가로 지급되는 인센티브)이 적용된 상품을 추천·권유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부 GA가 각종 시상을 만들어 설계사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등의 방식으로 개편안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GA업계는 개편안과 관련해 절충안을 제시하며 한발 물러났지만, 불만은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처음 1200% 룰을 도입했을 당시에도 우회적인 방법으로 설계사 소득을 사실상 보전해 주는 경향이 있었다”라며 “개편안이 의도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시행 이후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