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보를 위해 비업무용 부동산을 신속하게 매각하라는 금융 당국의 지도에도 저축은행들이 뒷짐을 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건전성이 악화한 저축은행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부동산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나, 이를 강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 당국은 ‘행정지도’를 통해 저축은행에 담보권 실행을 통해 확보한 토지·건물 등을 매각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권고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이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하고 있는 비업무용 토지·건물 규모는 1176억9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3년 말(1176억6800만원)과 비교해 0.05%(5900만원) 줄어든 수준으로, 사실상 지난 1년간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르면 저축은행은 비업무용 부동산을 보유할 수 없다. 다만 채권 회수 과정에서 저축은행이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금융 당국은 1000억원이 넘는 비업무용 부동산을 조속히 매각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3일 만료 예정이었던 저축은행 비업무용 부동산 관련 행정지도를 연장해, 내년 1월까지로 기한을 늘렸다. 행정지도에는 비업무용 부동산은 분기마다 공매 실시 등을 통해 신속하게 매각을 추진하고, 비업무용 부동산을 과다 보유한 경우 자체 매각 추진 계획을 수립해 매각을 나서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거래가 줄어들며 저축은행이 비업무용 부동산을 매각하기 어려워졌고, 이로 인해 처분에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저축은행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다. 비업무용 부동산을 처분하지 않는다고 해서 금융 당국이 이를 문제 삼고 제재할 수 없는 만큼 유인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은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을 법에 못 박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와 관련한 정부 입법, 의원 입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2대 국회 개원 후 입법 개정을 건의했으나, 여러 우선순위에 밀려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라며 “행정지도를 통해 비업무용 부동산 매각을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