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이 저축은행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을 인수한 데 이어 손해보험사와 캐피탈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손보사 인수를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는데, 특히 과거 자회사였던 악사손해보험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 SBI저축은행 인수를 결정한데 이어 손보사와 캐피탈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9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 10월까지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했다. 의결권 없는 자사주 등을 감안하면 교보생명의 의결권 지분은 58.7%로 절반을 넘는다.
교보생명은 교보증권·교보자산신탁·교보악사자산운용 등을 자회사로 두고 있지만, 손보사와 캐피탈사는 없다. 자회사인 교보라이프플래닛도 생명보험사다. 지주사로 전환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기 위해선 손보사와 캐피탈사 인수가 필요하다.
교보생명은 손해보험사 인수를 우선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은 롯데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이 있다. 롯데손보의 최대주주인 사모펀드 JKL파트너스는 이 회사의 매각가로 2조원 이상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보생명은 롯데손보의 몸값이 비싸다고 보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손보의 기본자본은 -275억원으로, 직전 분기(1988억원)와 비교해 급감했다. 이에 따른 건전성 지표인 기본자본 지급여력(킥스)비율은 -1.56%다. 금융 당국이 기준치를 70%로 정하면, 지표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본을 늘려야 한다.
MG손보 인수 가능성도 낮다. MG손보의 최대주주는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지만, 부실금융사로 지정돼 예금보험공사가 매각을 주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MG손보를 정리하는 방안으로 재매각보다 청·파산 또는 계약이전을 고민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합리적인 안을 마련해 다음 달에라도 방안을 내겠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MG손해보험이 부실금융사로 지정되기 전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인수를 추진하지는 않았다.
일각에서는 교보생명이 잠재 매물인 악사손보 인수를 추진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악사손보의 지난해 말 순이익은 19억원으로, 전년보다 89.1% 감소했다. 하지만 건전성 지표인 킥스비율은 213%로 우량 보험사의 기준인 200%를 상회했다.
악사손보가 교보생명의 자회사였던 점도 인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악사손보는 2000년 코리아다이렉트로 출범했는데, 이듬해 교보생명에 매각돼 교보자동차보험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후 교보생명은 이 회사를 2007년 악사그룹에 매각했다.
교보생명이 지분 50%를 보유한 교보악사자산운용도 교보생명과 악사그룹의 합자회사다. 이 회사는 1988년 교보투자자문으로 출범했으나, 2008년부터 교보악사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해 현재까지 영업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 매각가로 2조~3조원이 거론됐는데,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라며 “시장의 냉정한 평가에 따라 가격이 하락해야 인수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롯데손해보험 관계자는 “기본자본 킥스비율은 아직 금융 당국의 공식 기준이나 산식이 마련되지 않은 단계로, 자본 확충 필요성을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다소 이른 판단“이라며 “경영상황이나 펀더멘탈 또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