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계 카드사 사옥 전경. /조선DB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카드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영세·소상공인을 위해 카드 수수료율을 인하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어서다.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조정이 경제적 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된 지 오래라고 성토하고 있다.

30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병·의원 가맹점에도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내용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의료기관과 약국, 보건소 등이 부담하는 카드 수수료를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카드사는 가맹점으로부터 받을 수수료가 줄어 수익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현재 이 법안은 소관위에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개정안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카드사가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해 소비자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했다. 카드사가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상해 수익을 보전했다는 것이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민 의원 주장을 반박했다. 민 의원은 민주당에서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데, 티몬·위메프 환불 지연 사태 때도 카드사들이 이익을 챙겼다고 지적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카드 수수료율 조정과 우대 수수료율 적용 가맹점 확대 등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된다고 토로한다. 소상공인 표심을 의식한 포퓰리즘 의사결정이라는 것이다. 카드 수수료율 인하 등은 2017년 대선 당시 모든 후보자가 공약으로 발표할 정도로 굵직한 선거가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다.

카드사 노조가 지난 2021년 11월 금융 당국의 수수료율 인하와 3년 주기 재산정 조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무금융노조 홈페이지

올해 영세·소상공인에 대한 카드 수수료율은 0.4~1.45%로, 지난해보다 0.05~0.1%포인트 하락했다. 연 매출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은 0.5%에서 0.4%로, 연 매출 10억~30억원 중소가맹점은 1.5%에서 1.45%로 각각 인하됐다. 이러한 수수료율 적용을 받는 가맹점은 전국 310만개 중 96%에 달한다. 금융 당국은 가맹점 304만6000여곳이 평균 8.7%의 수수료를 경감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영세·소상공인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 2~4.5%였다. 하지만 2012년 적격비용 산정 제도가 도입되면서 수수료율 인하 압박이 본격화됐다. 적격비용 산정 제도는 금융 당국이 카드 결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고려해 수수료율이 적절한지 판단한 뒤 인하 또는 인상을 결정한다. 하지만 제도 도입 이후 수수료율이 인상된 적은 한 번도 없다. 카드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5차례 인하됐다.

카드업계는 지속된 수수료율 인하와 카드론 연체율 상승, 경기 악화 등으로 실적이 꺾이고 있다. 카드업계 1위 자리를 내준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1357억원으로 전년 동기(1851억원)보다 26.7% 하락했다. KB국민카드는 같은 기간 39.3% 줄어든 845억원, 현대카드는 3.8% 하락한 614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삼성카드는 3.7% 증가한 1844억원을 기록하며 상위 4개 카드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을 산정하는 시점이 선거철과 맞물리면 항상 수수료율 인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고민해 왔다”라며 “정치권에서도 수수료율을 인상하자고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