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서울 마포구에 사는 김모(34)씨는 최근 눈여겨보던 아시아나 신한카드 Air 1.5를 급하게 발급받았습니다. 높은 마일리지 적립률로 인기를 끌었던 이 카드는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의 합병으로 오는 30일 발급이 종료됩니다. 연회비 4만5000원만 내면 이용 금액 1000원당 1.5마일이 기본 적립되고, 해외 가맹점에서는 1000원당 1.5마일이 추가 적립돼 총 3마일이 적립되는 카드죠.

소비자 사이에서 혜택이 높아 일명 ‘알짜카드’로 불리는 카드가 속속 단종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2월에는 현대카드를 대표하는 알짜카드 ‘현아플(현대카드 아멕스 더 플래티넘 카드)’ 단종 소식을 듣고 수요가 몰리면서 발급 대란까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후 현대카드는 후속 카드로 현아플2를 내놨지만 기존보다 혜택이 크게 줄면서 현재 인기는 예전만 못합니다.

최근까지도 소비자에게 인기가 높은 카드는 모두 과거에 발급된 카드입니다. 카드 비교 추천 사이트 카드고릴라의 신용카드 인기 순위를 보면 1위인 신한카드 미스터라이프는 2015년 9월에, 2위인 삼성카드의 탭탭오는 2016년 4월에 출시됐습니다. 3위인 삼성카드&마일리지 플래티넘은 2016년에 출시됐으며 뒤를 이은 현대카드 M은 2003년 5월에 출시된, 무려 20년이 넘은 카드입니다.

그 외 10위권 내에 있는 카드들의 출시일을 살펴봐도, 현대카드 제로(2020년) 롯데카드 로카라이킷(2021년) 등 대부분이 출시된 지 5년이 넘은 옛날 카드입니다. 카드사들이 알짜 카드를 빠르게 줄이면서 최근 3년간 단종된 카드 수는 총 1154종에 달하는데요, 2022년 101종, 2023년 458종, 2024년 595종 등으로 단종되는 카드 숫자는 매년 늘고 있습니다.

사실 카드업계에서는 수년째 알짜 카드를 줄이고 프리미엄 카드를 늘리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수익성 전망이 어둡기 때문인데요.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비씨)의 순이익은 2조5910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증가한 데 그쳤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본업인 신용 판매업 수수료 수익성 악화로 순이익이 고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 정부는 3년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산정하는 ‘적격 비용(수수료 원가)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런데 수수료율은 단 한 차례의 인상 없이 인하만 이뤄져 왔습니다. 현재 가맹점 수수료는 소비자가 카드 결제를 하면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죠.

카드업계도 정부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몇 년째 수수료율은 증가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에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의식해 인상을 꺼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올해는 국내 소비 불황이 장기화될 조짐까지 보이면서 수수료율 인상은 꿈도 못 꾼다는 게 카드업계의 설명입니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은 프리미엄 카드를 통해 소비 규모가 크고 연체 가능성이 낮은 우량 고객 확보로 전략을 변경한 것입니다.

카드업계에서는 알짜 카드 단종 추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 악화로 최근 카드사들은 어쩔 수 없이 연회비 수익에도 중점을 두고 있다”며 “혜택은 프리미엄 카드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알짜 카드 중심으로 단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