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금융권이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카드사의 경우 비대면을 통한 카드 신규 발급이 늘면서 영업을 하던 카드모집인 수가 급감했습니다. 반면 보험사 영업을 맡고 있는 보험설계사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보험설계사 1인당 소득도 증가했습니다. 보험사도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요.

2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업 카드사 8곳의 카드모집인 수는 4033명으로 전년(5818명) 대비 30.7% 감소했습니다. 올해 초부터 4000명 선이 무너진 설계사 수는 지난달 말 기준 3766명으로 집계됐는데요. 5년 전인 2019년 1만1382명과 비교하면 60% 이상 쪼그라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보험설계사 수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속 보험설계사 수는 65만1256명으로 전년(60만3974명) 대비 7.8% 증가했습니다. 전속 설계사의 1년 후 정착률 역시 지난 2023년(47.3%)과 비교할 때 5.1%포인트 상승한 52.4%로 집계됐으며, 설계사 개인의 소득도 3년 연속 성장세입니다.

금융권의 디지털 전환에도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은 상품별 특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최근 카드는 비대면 판촉이 가능해지면서 카드모집인의 필요성은 줄었습니다. 반면, 보험 상품은 복잡한 구조 때문에 보험설계사는 여전히 전문성 있는 영역으로 평가받습니다.

카드모집인 관리에는 상당한 비용이 듭니다. 카드 수수료 인하로 가맹점 수익 비율이 줄면서 카드사의 본업인 신용 판매업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하는 추세라, 인적 비용부터 절감하려는 것이죠.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 모집인은 발급 건수당 카드사로부터 15만원가량의 수당을 포함해 모집인 관리 비용까지 개인당 들어가는 비용은 약 4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카드 결제하는 모습. /뉴스1

최근에는 모집인에게 카드를 신청하고 발급받는 소비자가 빠르게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카드사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온라인 발급이 편리해지며 소비자들이 굳이 모집인을 찾지 않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카카오페이·토스 등 간편 결제나 카드 비교 추천 서비스와 협업해 해당 채널로부터 유입되는 카드 발급 요청도 상당해서 모집인 감소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보험 상품은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 쉽지 않습니다. 온라인 보험 상품도 늘어나고 있지만 대면 영업의 매출이 여전히 절대적이라는 게 보험사들의 설명입니다. 특히 종신보험 등 보험료 규모가 크고 보장 기간이 긴 생보사의 경우 설계사의 중요성이 더욱 큽니다. 보험설계사 품귀현상에 최근 토스 자회사인 법인 보험대리점 토스인슈어런스는 지난 21일 신입 설계사를 전액 무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까지 시작했습니다.

또한 보험에 관심이 많은 연령대가 주로 대면 영업에 익숙한 40대라는 점도 중요한 차이점입니다. 보험사 관계자는 “카드 발급과 달리 보험 상품은 복잡하고 설계에 따라 보험료, 보험금이 천차만별이라 오프라인 중심 영업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며 “특히 보험설계사는 경력이 쌓일수록 인맥이 넓어 일이 수월해지고 소득이나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