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은행이 1억3000만달러(약 1900억원) 규모의 중국 하이난성 메이란 국제공항 투자 손실 사태와 관련한 백서(Whitepaper)를 만들었다. 앞으로 이런 대규모 정책자금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메이란 국제공항공사 투자 경위 및 사후 대응 실태 전반을 검토한 백서를 작성했다. 산은은 2017년 7월 중국의 육·해상 실크로드 전략 ‘일대일로’ 사업 중 하나인 메이란 국제공항 확장 프로젝트에 투자했으나, 하이난그룹의 부도로 투자금을 날렸다.
감사원은 지난달 산은의 메이란 국제공항공사 투자 리스크 검토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산은은 투자 6개월 전인 2017년 1월, 메이란 국제공항공사의 그룹 및 계열사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약 67억9000만위안(약 1조2000억원)이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또 투자금을 보내기 한 달 전엔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가 공격적인 해외 인수합병(M&A)을 벌인 하이난그룹에 대한 조사 명령을 내렸지만, 산은은 “프로젝트는 하이난그룹의 리스크와 무관하다”는 내용의 내부 보고서를 만들고 투자를 강행했다. 결국 하이난그룹은 2021년 1월 파산했고, 산은은 3월 투자금을 손실 처리했다.
산은은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사모펀드(PEF)업무 취급 지침’도 개정한다. 해외 투자 시 대상 국가의 법률·조세 정책 등 위험 요인 및 관계사에 대한 검토 내용을 여신 승인신청서에 필수 기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산은은 또 해외투자 시 중요 체크리스트에 기한이익상실(EOD·대주단이 대출금을 만기 전에 회수) 선언, 경영권 및 투자 대상 매각 권한 등 ‘투자금에 대한 통제권’과 ‘해외 송금 적정성’을 추가했다. 메이란 국제공항공사 투자 당시 투자금이 송금되는 최종 단계의 펀드에 대한 의결권은 하이난그룹의 중간 지주회사에만 주어져, 산은은 통제권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산은은 다만 메이란 국제공항공사의 부실은 예측할 수 없었다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산은은 “코로나19로 인한 항공운송업 불황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이며, 이는 사전에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