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DB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해임을 압박하면서 뉴욕 증시가 잇따라 급락했다. 반면 안전 자산인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 ‘디지털 금’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역시 반등했다. 그동안 미국발 관세 전쟁을 겪으며 금과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는데, ‘달러 리스크 피난처’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글로벌 코인 시황 중계 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오전까지 8만3000달러대 전후를 등락하다 밤 12시 무렵 8만8404달러까지 올랐다. 8만8000달러대를 기록한 건 지난달 26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금값 역시 온스당 35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6월물 금 선물 가격은 이날 장중 온스당 3504.2달러까지 올라 처음으로 3500달러 선을 넘어섰는데, 전날 최초로 3400달러를 넘은 데 이어 하루 만에 100달러가량 오른 것이다. 금 현물 가격도 이날 장중 온스당 3494.81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연일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셀 아메리카’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미국 주식과 채권, 달러를 모두 팔아치우는 ‘미국 매도(Sell USA)’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단기 자금 피난처 역할을 비트코인과 금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지난해 워싱턴 D.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조선DB

실제로 뉴욕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8% 내렸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2.36%, 2.55% 하락했다. 특히 전날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의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21일(현지 시각) 97.9까지 떨어져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달러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금과 비트코인의 동반 강세는 달러를 대체할 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을 반영하는 현상이다”라고 짚었다.

비트코인은 높은 인기에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은(銀)’도 뛰어넘으면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 당시까지만 해도 ‘디지털 금’으로서 인정받는 분위기였다. 금처럼 희소성이 있고, 보관과 편의성 등 금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붙여진 별칭이었다. 이후 미국발 관세전쟁에 시세가 출렁이면서 안전 자산으로서 역할에 대한 의문도 있었지만,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한된 변동 폭을 보이면서 점차 디지털 금으로서의 성격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다만 비트코인의 이번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지켜봐야 한다는 해석도 나온다. 8만8000달러 저항선을 돌파한 후 가격을 일정 시간 유지해야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가상자산 기술 분석 업체 페어리드 스트래티지스의 케이티 스톡튼 설립자는 CNBC에 “비트코인이 8만8200~8만8800달러 구간의 주요 저항대를 돌파해야 추가 상승을 이어 나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