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 ATM 기기 모습. /연합뉴스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대출을 줄이고 사용하지 않는 부동산 매각까지 나선 것이다. 위험가중자산(RWA)을 줄이고 매각 차익을 통해 보통주자본비율(CET1)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지만 대출 수요도 줄어드는 와중에 점포 정리도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부터 우리은행이 내놓은 부동산 7개가 매각을 위한 재입찰에 들어갔다. 지난 15일부터 17일간 진행된 1차 입찰에서 모두 유찰된 것이다. 이번 공개 매각은 4월 15일부터 23일까지 2회차에 걸쳐 진행되는 일반 경쟁 입찰이다. 우리은행이 이번에 매각하기로 한 부동산은 서울 소재의 ▲구의동 ▲당산동 ▲영천동 ▲보문동 ▲망우동 ▲여의도북 ▲구로동 지점이다.

지난주 우리은행은 영업점으로 사용했던 총 7개의 부동산을 공개 매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산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방이 아닌 서울에 있는 은행의 부동산은 점포로 활용되지 않아도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장소 등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매각 차익을 통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내놓는 부동산 처분이 원활한 것은 아니다. 매각이 한 번에 낙찰되는 경우는 드물지만 우리은행이 지난해 매각하려고 내놓은 삼성중앙역지점, 영통금융센터, 가산벤처지점, 용호동지점, 목동남지점, 신성쇼핑지점 등 6개 부동산도 모두 유찰됐다. 국민은행도 논산지점, 여수지점, 대구강북지점, 범물동지점, 석남동지점, 복현동지점, 신해운대지점 등 7개 점포를 매물로 내놨으나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우리은행이 매각하는 여의도북지점 모습. /네이버로드뷰

은행이 이처럼 부동산까지 파는 이유는 RWA를 줄이기 위해서다. 유휴 부동산은 CET1 분모에 해당하는 RWA에 해당되기 때문에 처분하면 비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CET1 제고를 위해 최근에는 담보가 없어 상대적으로 RWA가 높은 기업 대출 줄이기까지 나섰는데, 실제로 3월 중 국내 은행권 기업 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1000억원 감소한 1324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3월 기준으로는 2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했다.

CET1은 안전한 자본이 리스크에 비해 얼마나 충분한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건전성이 크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 당국은 12% 이상을 권고하고 있지만 금융지주는 13% 이상을 목표로 CET1을 관리 중이다. 하지만 각 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CET1 비율은 우리금융이 12.13%, KB금융그룹의 CET1 비율은 13.51%,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의 비율은 각각 13.03%, 13.13%로 겨우 13%에 걸쳐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줄인 측면도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 대출 수요가 줄어든 측면도 있다”며 “앞뒤가 막힌 이런 상황에서 CET1 비율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유휴 부동산을 리모델링, 임대하기보다 매각하려는 수요가 더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