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브리핑 영업을 위한 무료강연 홍보물. /금융감독원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이 여전히 브리핑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핑 영업은 각종 세미나 또는 회사의 법정 의무 교육 시간, 모금 행사 등에 보험 설계사가 참여해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 불법은 아니지만,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할 정도로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크다.

17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울산 동구의 한 공공기관에서 진행된 백혈병 어린이 후원 행사에는 한때 연기대상에서 조연상을 받았던 배우가 등장해 후원을 독려했다. 그런데 행사 막바지에 한 보험 설계사가 올라와 자연스럽게 종신보험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가 띄운 화면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대형 생명보험사 이름과 로고가 있었다. 연예인을 동원해 기부금 모집을 가장한 행사를 마련하고, 행사 참여자를 상대로 보험을 판매하는 수법의 브리핑 영업이었다.

상호가 한국교육개발진흥원인 한 기관은 유명 강사진을 내세워 전국을 돌며 무료 강연을 열고 있는데, 모두 보험 상품 홍보 시간이 배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법인은 고용노동부의 정식 위탁교육기관인 한국교육개발진흥원(KEDC)과 이름만 같을 뿐 전혀 다른 기관이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교육원으로 둔갑해 입시컨설팅·동기부여·토크쇼 등 무료 강연과 이벤트를 홍보하고 있다.

보험 브리핑 영업 안내문. /인터넷 캡처

무료 강연에 참여하려면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행사 참여자들은 본인 확인 절차 정도로 생각하지만, 개인정보제공 동의 약관을 보면 브리핑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여러 GA에 개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재돼 있다. 무료 강연을 신청하면 보험 가입 권유 문자 또는 전화를 받게 되는 이유다.

브리핑 영업을 했던 한 보험 설계사는 “이름·나이·연락처·주소 등 기초적인 정보부터 보험 가입을 위한 구체적 정보까지 모두 취합되고 있다”라며 “개인정보는 보험뿐만 아니라 건강식품과 같은 여러 상품 판매를 위한 고객 데이터베이스(DB)로 활용되고 있다”라고 했다.

최근 브리핑 영업에서 주로 판매되는 상품은 단기납 종신보험이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계약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 계약을 해지하면 낸 보험료의 10% 안팎을 이자 명목으로 돌려주는 상품이다. 하지만 브리핑 영업에서는 재테크 또는 재무 설계를 핑계로 저축성 보험처럼 판매된다. 더구나 수십 명을 모아 놓고 짧은 시간 안에 상품을 설명한 뒤 계약을 체결해야 하기 때문에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크다. 한 보험 설계사는 “10명 중 8명은 무슨 상품인지 모르고 가입한다”고 말할 정도다.

브리핑 영업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영업 방식이다. 대형 보험사와 중소형 보험사 할 것 없이 모두 브리핑 영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영업 현장이 GA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브리핑 영업을 전문으로 하는 GA가 나타났다. 이들은 수수료를 많이 주는 보험사 상품만 판매하는데, 영업 현장에서는 마치 보험사 직원인 것처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험사는 브리핑 전문 GA와 위탁 계약을 맺는 것으로 전해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브리핑 영업은 모든 회사가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