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서울 서초구 빗썸 라운지./연합뉴스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 3명 중 1명은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평균 4200만원을 가상자산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는 부자의 금융행태를 분석한 ’2025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16일 발간했다. 이 리포트는 3010명(부자 884명·대중부유층 1545명·일반대중 581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와 프라이빗 뱅커(PB) 인터뷰를 기반으로 작성됐다. 부자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대중부유층은 1억원 이상∼10억원 미만이다.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부자의 3분의 1이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가상자산 평균 투자액은 약 4200만원이었으며, 투자자 중 34%는 4종 이상의 가상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상자산에 1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는 부유층의 비율은 70%를 넘었다.

현재 가상자산 투자자 10명 중 5~6명은 올해도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 3명은 중도적 입장이었고, 투자 의향이 없다는 응답은 1명에 그쳤다. 이들이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수익률’이 49%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과거(59%)에 비해 이 비중은 줄었고, 대신 투자접근성(21%→37%)이나 우호적 환경 등 성장 가능성의 영향(22%→34%)은 늘었다.

윤선영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부자가 가상자산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는 것은 곧 해당 영역의 성숙을 의미한다”며 “부자들은 투자 전에 충분히 공부하고, 잘 아는 영역에 투자하는 경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 외벽에 골드바 광고물이 붙어 있다./연합뉴스

부자들은 대체로 올해 경기가 나빠질 것으로 보고 부동산보다는 예금, 금, 채권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겠다고 응답했다. 부자 중 74.8%는 올해 실물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질 것으로 예상한 응답자도 63.8%였다.

응답자 중 ‘올해 부동산보다 금융자산 비중을 늘리겠다’(15.2%)는 응답이 ‘금융자산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비중을 늘리겠다’(8.4%)는 응답보다 많았다. 투자 항목 중 예금에 ‘투자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이 40.4%로 가장 많았고, 금(32.2%)과 채권(32.0%) 등이 뒤를 이었다. 부동산에 투자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20.4%로, 주식(29.2%)이나 펀드·신탁(23.9%)보다 낮았다.

다만 40대 이하 젊은 부자 ‘영리치’는 해외 주식과 가상자산에 꾸준히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리치의 주식 보유율은 78%로, 올드리치(66.4%)의 약 1.2배 수준이었다. 특히 전체 주식 중 해외주식 비중이 약 30%로 올드리치(20%)보다 높았다. 영리치들은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4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가상자산 보유율은 29%로, 금융상품 중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했지만 올드리치(10.0%)의 3배 수준이었다.

황선경 연구위원은 “영리치는 가상자산 투자를 포함해 투자 트렌드를 주도하고 올드리치보다 금융을 활용해 자산을 증식하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