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기업은행 제공

최근 882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이 적발된 후 자체 쇄신안을 발표한 IBK기업은행이 노사갈등을 겪고 있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쇄신안에 대해 책임을 직원에게 전가하는 졸속 안이라고 지적한데 이어 노조 간부들이 사비를 모아 경영진 비위를 제보하면 최대 1000만원의 포상을 하기로 했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업은행 노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3년 이내 경영진 비위 신고에 대한 공고를 냈다. 포상금액은 평가 점수에 따라 최소 5급 10만원부터 최대 1급 1000만원까지다. 점수는 직급을 기준으로 한 정량평가, 비위 행위 및 신뢰성 등을 기준으로 한 정성평가로 나눠진다. 예컨대 은행장의 비위는 가장 높은 20점이며 전무이사나 부행장은 15점, 본부장은 10점 등이다.

노조는 은행장, 전무이사, 부행장, 본부장을 대상으로 횡령, 배임, 성(性)비위, 괴롭힘 등 모든 불법·비위 행위를 모두 제보받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제보자의 신원을 철저히 익명으로 보호할 것이라는 점도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비위 접수를 통해 부당대출 사태를 비롯한 조직 위기를 불러온 진짜 책임자를 찾아내고 혁신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기업은행 노조와 직원들은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지난달 26일 내놓은 ‘IBK 쇄신안’에 대해 불만을 가져왔다. 특히 가장 많은 지탄을 받은 쇄신안 내용은 임직원의 친인척 정보 데이터베이스(DB)를 만들고 대출마다 담당직원의 부당대출 방지 확인서를 제출한다는 부분이다. DB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부당대출 확인서는 영업점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은행 노조의 비위제보 기준

이와 함께 4개월째 타협하지 못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도 이번 비위 신고와 연결된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번 경영진 비위 신고 기간을 전날부터 시작해 임단협 완료 시까지로 정해놓았다. 기업은행 임단협은 현재 공공기관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예산지침 때문에 수개월째 난항을 겪고 있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의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상 기타공공기관으로, ‘총액인건비 제도’를 적용받는다. 총액 인건비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설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만 인건비를 책정할 수 있는 제도다.

사측은 총액 인건비 제도에 따라 임금을 책정하고 있어 임금 인상과 특별성과급 등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노조는 정부가 기업은행에 시중은행보다 30% 낮은 임금을 책정해 적정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직원 한 명당 600만원가량의 시간 외 수당 미지급금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노조는 16일 오전 을지로 본점 앞에서 본부 직원 등 조합원들이 참여하는 결의대회 개최를 예고했다. 노조는 경영진의 사퇴와 임금 및 단체협약 그리고 급조된 쇄신안을 규탄할 계획이다. 이 자리에는 한국노총 위원장, 금융노조 위원장, 전현희·박홍배·신장식·차규근·정태호·한창민 국회의원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부당대출에 대한 경영진의 반성은 없고 오히려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직원들이 문제라며 책임을 돌리고 있다”며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은 직원들이 아닌 경영진의 낮은 윤리의식 및 책임의식으로 이번 비위 제보 접수로 조직의 위기를 예방하고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