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으로 금융 당국과 금융권이 마련한 경·공매 플랫폼과 펀드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정책들이 정상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이번을 PF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금융권을 독려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 당국의 PF 정보공개 플랫폼에 게시된 385개 사업장(익스포저 기준 6조7000억원) 중 178개(46.2%)가 입찰 일정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사업장의 감정평가액은 5조3605억원 규모다.
앞서 경·공매를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의 유찰이 이어지면서 후속 매물들은 매각 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경·공매를 통해 새주인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플랫폼에 공개 매각 중인 사업장은 전달 대비 16개로 늘었다. 이에 따라 소송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고 공개 매각 대상 사업장이 모두 플랫폼에 공개됐다.
5차례 이상 매각을 진행해도 인수자를 찾지 못하는 악성 사업장도 쌓이고 있다. 목포중앙새마을금고가 대주단인 850억원 규모의 호텔 사업장은 완공이 됐음에도 25회 유찰됐다. 충남 보령시의 연립주택 사업장도 19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비교적 부동산 경기가 좋은 서울 지역도 새주인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금천구의 근린생활시설 사업장은 12회, 구로구의 오피스텔 사업장은 13회, 송파구의 아파트 사업장은 8회 각각 유찰됐다. 입찹을 개시하지 못한 178개 사업장 중 수도권은 57곳, 지방이 121곳이었다. 사정이 이렇자 금융 당국은 최근 경·공매 플랫폼에 공개된 사업장의 유찰 횟수 정보를 삭제했다.
금융 당국이 지난해 PF 정상화를 위해 은행·보험업권과 함께 최대 5조원 규모의 PF 신디케이트론(여러 금융기관이 구성하는 집단대출)도 2월 기준 4건(약 4590억원)만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신디케이트론은 경·공매에 나온 PF 사업장을 인수한 사업자에게 자금을 수혈해주기 위해 지난해 6월 조성됐다. 1조원 규모로 우선 조성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5조원까지 규모를 늘릴 계획이었지만, 10개월이 지난 현재 1조원도 채우지 못했다.
저축은행업계의 부동산 PF 정리 3차 펀드도 당초 목표로 한 5000억원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2000억원에 그쳤다. 부동산 수요 저하에 가격 협상이 쉽지 않고 사업장에 대한 실사도 늦어지면서 펀드 조성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은 곧바로 4차 펀드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권에선 금리가 더 내려가고 지방까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야 PF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미국발(發) 관세 폭탄 여파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부동산 시장이 조기에 살아나긴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디케이트론의 경우 조건이 까다롭다는 민원이 있었지만, 오히려 내주고 싶어도 대출 희망자가 많지 않다는 애로 사항이 있다”며 “지방 사업장의 경우 단순히 금리를 내리고 입차가가 떨어진다고 매수자가 나올 것 같진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