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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에 다니는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이라고 육아지원제도가 뒤처진 것은 아니지만 지방은행 내 특유의 조직문화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떨어뜨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은행 직원들은 비수도권에 연고를 둔 기업 특성상 ‘아직 남성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은 먼 나라 이야기’라고 하소연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출산휴가 사용 현황을 공개한 11개 은행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평균 5.4%로 집계됐다. 시중은행과 비교해 지방은행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두드러지게 낮았다.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 사용 직원 수는 8명으로 사용률은 1.2%에 그쳤다. 경남은행과 지난해 시중은행으로 전환된 iM뱅크(옛 대구은행)는 남성 육아휴직자가 각각 5명, 1명으로 사용률로 따지면 0%대에 머물렀다. 제주은행은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가 없었으며 전북은행은 여성 육아휴직 현황만 공개했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난해 출생 자녀를 둔 전체 직원 수를 분모로, 자녀 출생일 1년 이내 육아휴직을 사용한 직원 수를 분자로 잡고 비율을 계산한다. 배우자의 직장 및 소속 여부 등에 관계없이 지난해 출생 자녀를 가진 직원이라면 육아휴직 사용률 계산식의 분모에 속한다.

서울에 본사를 둔 시중은행들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은 지방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KB국민은행의 남성 육아휴직은 7.0%, 신한은행 7.5%, 하나은행 7.3%로 집계됐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남성직원 82명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사용률인 13.6%를 기록했다.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의 사용률은 3.2%에 머무르며 전국 단위 영업 은행 중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지방은행 직원들은 서울과 비수도권 지역 간 기업문화 차이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격차로 이어졌다고 본다. 서울과 지역 근무 경험이 모두 있는 한 지방은행 직원은 “지방은행이라고 남성 육아휴직 제도가 후진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비단 은행뿐만 아니라 지방에 연고를 둔 기업들을 보면 관리자는 물론 실무진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써도 될까’ 하는 망설임이 있다”며 “아직 지방엔 남성들도 당연히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는 인식이 덜 자리 잡았다”고 귀띔했다.

시중은행에도 좋은 평가를 내리긴 어렵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KB금융지주를 제외한 9개 비금융 기업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평균은 8.8%다. 우리은행과 케이뱅크를 제외하면 8.8%보다 높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을 기록한 은행은 없다. 시총 10대 기업 중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가장 높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 22.7%를 기록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 사용자 중 남성 비중은 31.6%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육아지원제도 사용이 동료 직원의 부담 증대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직 차원에서 방편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과 같은 기업이 나서 육아휴직으로 인한 조직 생산성 공백을 메울 방법을 미리 갖춰야 한다”며 “근로자들 사이에서도 ‘육아휴직자 때문에 내 일이 늘어난다’는 인식이 개선되고 남성 육아휴직 사용을 당연하게 여기는 문화가 안착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