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이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 인수가 이달 중 결론이 날 전망이다. 거래가 성사되면 국내 보험사로서는 첫 해외 은행업 진출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이달 중순에서 말 사이 노부은행의 한화생명 지분 인수 건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앞서 노부은행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한화생명 지분 매각 안건을 참석 주주의 100%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현지 금융 당국의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다.
한화생명은 인도네시아 재계 6위인 리포그룹이 보유한 노부은행 지분 4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상태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한화생명은 단일주주 기준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경영권도 확보하게 된다. 리포그룹의 지분율은 35.83%로 낮아질 전망이다.
이번 인수를 주도하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사장)는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인수 작업을 이끌어왔다. 한화생명의 디지털 역량과 리포그룹의 은행 운영 노하우를 결합해 하이브리드 채널 기반의 모바일 중심 영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노부은행은 1990년 설립된 중형 은행으로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2조3000억원 규모다. 인도네시아 전역에 115개 지점과 1247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개인 모기지 대출과 중소기업 운전자금 대출을 주력으로 한다. 현지에서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 인수는 변수도 적지 않다. 우선 인도네시아 금융 당국은 외국계 금융사에 비교적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실제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도 현지법인 운영 과정에서 2020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61건의 제재를 받았다. 한화생명 역시 금융 당국의 예기치 못한 제재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 인도네시아 당국이 노부은행과 또 다른 중형 은행인 MNC은행 간의 합병을 여전히 유효한 계획으로 보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다안 에디아나 레이 OJK 청장은 최근 “노부은행과 MNC은행의 합병 계획은 여전히 살아 있다”며 “한화생명이 인수한 이후에도 합병 논의를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은행 간 합병 논의는 2023년부터 시작됐으며, 같은 해 8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지연되고 있다. OJK는 필요 시 강제 합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화생명이 인수 직후 또 다른 경영 이슈에 직면할 수 있음을 뜻한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12월 한국 금융위원회로부터 노부은행 자회사 소유를 승인받았다. 인도네시아 당국의 승인까지 확보하면 이르면 이달 말 인수 절차가 공식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된다고 해서 그 기업을 잘 운영하거나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지 금융 당국의 태도나 노부은행과 MNC은행 간 합병 이슈 등을 고려하면 한화생명이 인수 이후에도 불확실성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한화생명 관계자는 “현지 당국에 승인 신청을 해 둔 입장에서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내부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