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제공

국내 해운사 HMM(011200)이 72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이달 중 조기 상환할 예정이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마지막 영구채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이들 대주주의 HMM 지분율이 72%에 육박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서 나온다.

2일 금융권과 해운업계 등에 따르면 HMM은 72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대한 조기 상환(콜옵션)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CB는 2020년 4월 발행한 30년 만기 영구채로 산은과 해진공이 각각 절반(3600억 원)씩 인수했다.

만기가 25년 남았지만, HMM은 이자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조기 상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CB는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금리가 오르는 스텝업 조항이 있다. 이 CB의 금리는 발행일로부터 5년 동안 연 3%지만, 6년 차엔 3%포인트 가산해 연 6%가 된다. 이후 내년 0.25%포인트씩 추가돼 최고 연 10%까지 금리가 오른다. 이달로 CB 발행 5년이 된다. 다음 달부터 HMM은 연 6%의 이자를 산업은행과 해진공에 줘야 한다.

유동성이 충분한 HMM 입장에선 굳이 높은 금리를 내면서 해당 CB를 유지할 이유가 없다. HMM의 현금,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별도 기준 매출은 11조5134억원, 영업이익 3조4897억원, 당기순이익 3조6712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7600억원을 조기 상환하는데 무리가 없는 상황이다.

이번 CB 조기 상환을 완료하면 이들 대주주가 보유하고 있던 영구채는 모두 상환된다. HMM 주가의 악재로 꼽히던 3조5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문제가 해소되는 것이다. HMM은 2021년 6월부터 총 8차례 영구채 상환 문제에 직면했었다.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전경. /조선DB

HMM이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이를 주식으로 상환받을 전망이다. HMM CB의 주식 전환가는 주당 5000원이다. 이날 현재 HMM 주가가 2만550원인 점을 고려하면서 25% 가격에 HMM 주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HMM이 CB 콜옵션을 행사할 때도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모두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 경우 산업은행과 해진공의 지분율이 높아져 HMM 매각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율은 67.05%이다. 이번 CB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지분율은 71.68%(산은 36.02%, 해진공은 35.67%)까지 뛴다. 시장에선 산업은행이 올해 하반기나 내년 초 HMM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때까지 대주주 지분율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난해 진행된 매각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림그룹이 결국 인수를 포기한 것도 경영권 문제를 놓고 대주주와 이견을 좁히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일각에서는 HMM이 대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지분율을 낮추는 방안이 거론된다. HMM은 밸류업의 일환으로 연내 2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소각하기로 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영구채 상환이 끝나는 이달 이후 HMM의 자사주 매입이 순차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