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한화생명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보유했던 ㈜한화 지분 22.65% 중 절반인 11.32%를 김동관·김동원·김동선 세 아들에게 증여하며 경영권 일부를 승계했다. 삼형제는 그룹의 지주사격인 ㈜한화 지분을 42.67%까지 늘리며 모든 계열사를 간접적으로 지배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금융계열사 핵심인 한화생명을 이끌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의 지배력은 다른 형제들에 비해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동원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은 0.03%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형제들의 도움이 있어야 성립되는 간접지배만 유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삼형제가 회사를 나눠 갖는 방법으로 인적분할을 통한 계열분리가 거론된다. 회사들을 분할해 각각 지주사를 설립한 뒤, 형제끼리 보유한 주식을 교환해 각자가 물려받을 지주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것이다. 결국 김동원 사장은 신생 지주사를 통한 간접지배만으로 한화생명 경영 일선에 나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2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증여했다. 장남인 김동관 부회장이 4.86%를 받았고,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3.23%를 물려받았다. 이번 증여로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 직접보유 지분 9.77%와 한화에너지를 통한 실질보유 지분 11.08%를 합쳐 20.85%를 확보해 ㈜한화의 실질적인 최대주주가 됐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각각 10.91%로 확대됐다.

그래픽=정서희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되면 김동원 사장은 금융계열사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한화생명을 이끌 것이 유력하다. 김동원 사장은 2015년부터 한화생명에서 10년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한화생명은 2023년 2월 조직개편으로 최고글로벌책임자 직책을 신설하며 김동원 당시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김동원 사장은 캐롯손해보험 설립을 주도하고, 리포그룹과 함께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등 실적 쌓기에 나선 상태다.

한화그룹의 금융계열사는 ㈜한화→한화생명→금융계열사 구조로 교통정리가 끝난 상태다. 한화생명만 지배하면 그룹의 모든 금융계열사를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한화는 한화생명 지분 43.24%를 보유한 최대주주고, 한화생명은 다시 한화손해보험 지분 51.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한화생명은 또 한화자산운용·한화저축은행은 각각 100%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김동원 사장이 직접 보유한 한화생명 지분이 0.0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김동원 사장이 실질보유한 ㈜한화 지분도 11%가 되지 않는다. 당장 형제들의 도움이 없으면 한화생명에 대한 간접지배도 어렵다. 이러한 지배력으로 김동원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형제들과 비교해도 김동원 사장의 지배력은 낮은 편이다. 막내인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8월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544억원에 공개매수해 2대 주주를 차지했다. ㈜한화를 통한 간접지배와 직접지배를 합쳐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김동관 부회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에 대한 직접 보유 주식은 없지만, ㈜한화 지분율을 20.85%까지 확보했다는 것이 무기다. 이는 다른 두 형제의 지분(10.91%)을 모두 합쳐야 비슷해지는 수준이다.

결국 김동원 사장은 인적분할을 통한 계열분리를 해야 한화생명 등 금융계열사를 단독으로 승계받아 경영할 수 있는 처지다. 김동원 부사장이 시가총액 2조3000억원 규모의 한화생명 지분을 직접 매입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단순 계산으로 지분 10%를 매입하려면 2300억원이 필요하다.

계열분리는 ㈜한화를 분할해 각각 지주사를 설립하는 과정을 거친다. 신생 지주사에 대한 지분율은 기존 회사(㈜한화)의 지분율과 동일하다. 김동원 사장은 신생 지주사 지분을 형제들에게 넘기는 대가로, 자신이 경영할 금융지주사의 지분을 넘겨받는 스와프(주식 교환)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김동원 사장은 신생 지주사를 통해 한화생명을 간접지배할 수 있다.

하지만 신생 지주사를 통한 간접지배만으로 한화생명의 최고경영자(CEO)로 올라 경영 일선에 나선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김승연 회장도 한때 한화생명 대표이사에 오른 바 있으나, 이후부터 ‘키맨’을 최고경영자(CEO)로 기용하며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해 왔다.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점도 숙제로 남아 있다. 김동원 사장의 야심작으로 알려진 캐롯손해보험은 2019년 자본금 850억원으로 시작했으나 지난해까지 매년 적자를 보고 있다. 2020년 순손실은 381억원에서 2023년에는 760억원까지 확대하며 애물단지가 됐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자회사인 한화손해보험은 지금껏 캐롯손해보험에 3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하며 지원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