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마지막 보험개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 당국이 보험산업을 개혁하겠다며 출범시킨 보험개혁회의가 약 1년 동안의 활동을 마치고 11일 상시체계로 전환됐다. 보험개혁회의는 지금껏 10대 전략을 토대로 마련한 74개 과제를 추진했고, 이 중 23개는 제도화에 성공했다. 나머지 과제는 별도로 만들어진 협의체 등을 통해 추진된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마지막 7차 회의가 열린 이날 “끝이 아니라 절반의 반환점을 돈 것으로, 현장에서 결과가 나타나야만 개혁이 완료된다”라고 했다.

보험개혁회의는 소비자 편익 제고 측면에서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규제가 한층 강화돼 보험사의 부담을 늘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 개혁안에 소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회계제도(IFRS17) 가이드라인으로 보험사 건전성이 악화된 만큼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① 실손보험 개혁, 가입자 반발 어쩌나

보험개혁회의가 추진한 과제 중 가장 많은 논란을 낳은 것은 실손보험 개혁안이었다. 금융 당국과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필요 이상으로 진료를 받아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고 판단, 경증진료에 한해 본인부담률을 높여 보장을 축소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다. 불필요한 의료이용량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러한 개혁안을 반영해 자기부담률이 대폭 늘어난 새로운 실손보험(5세대)이 내년 6월 출시될 예정이다.

문제는 개혁안이 성공하려면 경증진료까지 폭넓게 보장하는 1~2세대 실손보험(2013년 4월 이전 가입) 고객들을 새로운 실손보험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1~2세대 약관에는 일정 기간이 되면 새로운 실손보험에 다시 가입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 결국 금융 당국은 ‘1~2세대 가입자를 5세대로 강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을 개혁안에 담았다.

지난 1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보험이용자협회 활동가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을 향해 항의하고 있다. /뉴스1

이러한 소식을 접한 1~2세대 가입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2세대는 보장 범위가 넓지만 보험료가 비싸다. 손해율이 높아 3년 또는 5년마다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른다. 비싼 보험료를 내가며 계약을 유지했던 이유는 본격적으로 아프기 시작하는 60대가 됐을 때 실손보험 혜택을 받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5세대로 강제 전환되면 지금껏 보험료만 내고 보장은 받지 못하게 된다.

1~2세대 가입자들은 금융 당국이 보험사 입맛에 맞춰 실손보험을 바꾼 것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개혁안이 시행되기 전인데도 실손보험 전환 거부는 물론 소송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 당국은 실손보험을 전환하는 고객에게 돈을 지급하는 재매입 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많다. 더구나 실손보험 개혁은 의료계에서도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② IFRS17 가이드라인, 보험사 건전성 일제히 하락시켜

보험개혁회의는 지난해 11월 4차 회의를 통해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을 임의적으로 설정해 이익을 부풀렸다고 지적하며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 납입기간 중 계약을 해지하면 보험사가 돌려줘야 할 환급금이 적거나 없는 상품이다. 계약 해지가 많아질수록 이득을 보기 때문에 보험사가 미래 해지율을 높게 설정했다는 것이 금융 당국 판단이다.

금융 당국은 해지율을 낮게 가정한 가이드라인을 지난해 연말 결산부터 적용하라고 보험사에 요구했다. 그러자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킥스)비율이 일제히 하락했다. 해지율이 낮게 설정되면 미래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줄고, 이에 따라 보험사 자본이 줄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것이다. ‘실적 부풀리기’를 막기 위한 조치가 보험사의 건전성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왼쪽부터)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현대해상, DB손해보험 사옥 전경./각 사 제공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2023년 말 219%에서 지난해 말 180%로 급락했다.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이 20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보험사들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을 늘려 킥스 비율 방어에 나서고 있지만, 이자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이에 금융 당국은 올해 업무계획에 킥스제도 정교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보험업계는 금융 당국의 가이드라인이 합리적인 것인지 모르겠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롯데손해보험은 보험사 중 유일하게 가이드라인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제도 개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③ ‘왕따’ 당한 GA업계… 수수료 개편안 논의 지연

보험개혁회의가 추진한 74개 과제 중 10여개는 법인보험대리점(GA)의 책임성 강화 등 GA와 연관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정작 GA업계는 보험개혁회의에서 한 자리도 차지하지 못해 목소리를 낼 기회마저 부여받지 못했다. GA업계가 보험개혁회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은 자의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손민균

GA업계는 금융 당국이 보험 설계사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하자 일부 대형 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지 않겠다는 보이콧을 선언하는 등 장외전을 펼치고 있다. 수수료 개편안에는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를 최대 7년 동안 분할 지급하고,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를 공개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GA업계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설계사 월급(수수료)이 줄어든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 당국은 수수료 개편안을 발표한 뒤 별도의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GA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하지만 이견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TF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GA업계의 단체행동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