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커지면서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리고 있다. 의료계와의 갈등과 각종 규제, 진입장벽 등은 여전하지만, 의료데이터 등을 활용할 길이 생기면 활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를 도입했다. 자사 애플리케이션(앱) ‘엠라이프(M-LIFE)’에 ▲AI 건강 설루션 ▲건강기록 ▲건강 플러스 등을 제공한다. 보험사로는 최초로 보험 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했다.
한화손해보험은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 2.0′ 가입 고객을 대상으로 ‘레이디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병원과 협력해 여성 질환 패키지 담보상품으로 이 상품을 선보인 만큼 ▲건강정보 정기 제공 ▲난임치료 지원 ▲심리상담 등 여성 고객의 임신·출산 분야에 관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AIA생명은 일찍부터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인 대표 주자다. 2018년 국내 생보사 가운데 최초로 출시한 건강관리 코칭 앱 ‘AIA 바이탈리티’는 대표적인 헬스·웰니스 플랫폼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누적 사용자는 약 200만명에 이른다.
헬스케어 자회사를 만들어 대응하고 있는 보험사도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10월 자본금 52억원을 출자해 자회사 교보다솜케어를 설립했다. KB손해보험 역시 KB헬스케어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 ‘올라케어’를 인수해 현재 KB오케어(KB O’CARE)를 운영하고 있다. 신한라이프도 헬스케어 자회사로 신한큐브온을 두고 있다.
보험사들이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수익성 개선과 신성장 동력 확보다. 고령화 사회 진입, 의료비 지출 증가, 만성질환 유병률 상승 등으로 보험사들은 사전적인 건강 관리로 질병을 예방하고 사후적 손실 보장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국내 헬스케어 시장의 잠재력도 크다고 본다. 삼성KPMG가 지난해 발행한 ‘AI로 촉발된 헬스케어 산업의 대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AI헬스케어 산업은 2023년 3억7700만달러(약 5394억원)에서 2030년 66억7200만달러(약 9조5469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연평균 50.8% 성장하는 것으로 같은 기간 세계 평균(41.8%)을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국내 보험사들의 헬스케어 사업은 각종 규제와 실효성 부족, 수익성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의료법상 의료행위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면서 헬스케어 서비스 고도화와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규제 완화와 시장 환경 변화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보험사 헬스케어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제들은 오랜 기간을 거치며 조금씩 풀리고는 있지만 여전히 더딘 상황이고 이 때문에 수익모델 역시 잘 갖춰져 있지 않다”면서 “의료데이터 활용의 어려움에 더해 의료계에서는 밥그릇 하나를 보험업계와 공유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진행이 더욱 느린 상황이다”라고 했다.
다만 그는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기회로 보고 있다”면서 “현실적으로 조금 늦어질 수는 있지만 시행될 경우 데이터를 활용한 맞춤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보험사들은 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