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파이낸셜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의혹으로 최소 2600억원의 투자자 피해가 예상되는데, 이 회사 대표 이모씨가 투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는 롤스로이스 고스트·던과 페라리 로마,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마세라티 등 한대에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씨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현 SOOP)에서 20억원을 후원해 소위 ‘큰손’으로 알려져 있다. 유명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이 이씨 닉네임이 적힌 푯말을 들고 이씨의 생일축하 영상을 찍을 정도다.
대표 이씨가 잠적한 뒤 그의 사무실에서 발견된 문서 중에는 이씨가 2019년 친형 회사의 신주(주식)를 6억원에 인수한다는 내용의 계약서가 있었다고 한다. 여러 중소기업의 주식을 수억원에 인수하는 계역서도 여러 개 발견됐다. 이씨는 주가연계증권(ELS)에 3억원을 투자하고, 지인 등에게 수천만원을 빌려주는 등 개인투자에만 수십억원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PS파이낸셜 내부에서는 대표 이씨가 투자금을 유용하지 않는 이상 이런 수준의 개인투자와 사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PS파이낸셜의 한 직원은 “매월 3억6000만원의 수익이 나도 영업자 수당과 임대료, 월급 등을 주고 나면 불가능한 소비여서 폰지사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6일 조선비즈 취재를 종합하면, 2017년 세워진 대부업체 PS파이낸셜은 지금까지 QS·PS·RS 등 여러 금융 상품을 판매했다. 대표적인 QS는 3~5개월을 거치하면 이자 5~8%(연 20%)를 지급하는 상품이다. PS·RS는 각각 적립식·거치식 상품인데, 연 이자율이 모두 20%를 넘는다.
대표 이씨는 상품의 정보를 정리해 직원에게 전달했고, 직원들은 설명서와 홍보자료를 만들어 위촉계약을 맺은 4개 영업조직에 배포했다. 영업자들은 이를 토대로 상품을 판매하고 PS파이낸셜로부터 모집금액의 3%를 수수료로 받았다. 이 상품들은 영업 과정에서 채권, 초단기 채권, 펀딩, 벤처투자 등 여러 단어로 바뀌어 소개됐다. PS파이낸셜 관계자가 확인한 QS·PS·RS 투자 금액은 약 2600억원이다. 다른 상품까지 고려하면 피해금액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PS파이낸셜이 팔았다는 상품은 존재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PS파이낸셜은 피해자들이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고 돈을 입금하면, 이를 중소기업에 대출해 준 뒤 이자를 받아 투자자와 나눠 갖는 식으로 영업해 왔다. 연 20%의 수익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해 받은 돈을 중소기업에 연 22% 이율로 빌려줘 이율 차이로 수익을 내는 식이다.
피해자 일부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오엔법률사무소 백서준 대표변호사는 “계약서를 보면 투자계약서가 아닌 금전소비대차 계약서다”라며 “실질은 투자가 아니라 금전대여라 당연히 원금이 보장돼 (PS파이낸셜이) ‘원금 보장’을 강조할 이유가 없다”라고 했다. 백 변호사는 “PS파이낸셜이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으니 투자 상품인 것처럼 꾸며 돈을 끌어모은 것 같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PS파이낸셜이 처음부터 폰지사기를 계획하지는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PS파이낸셜은 2017년부터 QS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돌려막기를 계획했다면 7년 넘는 기간 동안 버티지 못했다는 것이다.
PS파이낸셜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로 추정된다. PS파이낸셜은 지난해 6월부터 2~4주 동안 이자를 4~8% 지급한다는 PF 상품을 출시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에는 6개월에 50%, 1년에 100%의 이자율을 제공한다는 ‘자산어카운트 도약 상품’까지 판매했다. 기존 투자자의 원금·이자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더 높은 이율을 제공하는 상품을 판매한 것이다.
PS파이낸셜 관계자는 “대표 이씨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이자 상환액보다 모집금액이 적은 영업조직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라며 “당시에는 단순히 실적 압박으로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돌려막기 양상이 많이 보였다”라고 했다.
결국 대표 이씨는 “100억원의 채권이 회수될 수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지난해 12월 10일 잠적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씨 등 10여명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