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만난 송현주(57)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그룹 부행장은 은행권 최초로 카드 고객센터를 만들었던 때를 가장 뿌듯했던 순간으로 꼽았다. 그는 이때 ‘팀보다 위대한 선수가 없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팀 화합’은 그가 지금까지도 업무를 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요소다.

송현주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그룹 부행장이 9월 28일 서울시 중구 소공로 우리은행 본점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상훈 기자

송 부행장은 “직장 동료들과 점심시간에 양푼에 도시락만 가져와서 같이 비벼 먹는 등 팀워크가 좋아서 결과도 좋았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1965년생 송 부행장은 1985년 우리은행에 입행해 도농지점(현 다산지점) 지점장, 카드영업지원부 부장, 한남동금융센터 센터장, 고객센터 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0년 법조타운영업그룹 본부장, 동부영업본부 영업본부장을 맡으며 탁월한 영업실적을 거뒀다는 평을 받는다. 올해 2월 투자상품전략그룹 부행장보에 선임됐다.

투자상품전략그룹은 자산관리서비스에 핵심이 되는 업무를 수행한다. 최근 은행업 영역이 전통적인 예금, 대출 상품에서 나아가 고객자산의 종합관리서비스로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펀드·상장지수펀드(ETF)·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금전신탁 등 투자상품을 개발 및 관리하고 금융시장 변동에 적합한 안정적인 자산관리 포트폴리오를 제안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음은 송 부행장과의 일문일답.

법조타운영업그룹 본부장 시절, 반년 만에 실적 9등을 2등으로 만들었다.

“법조타운금융센터에 부임해 보니 내점고객이 한정적이어서 리테일 영업에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인근에 중소기업도 많지 않아 기업 대출도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은 영업 기회나 사소한 디테일에서 성장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먼저 법조타운 인근 고객들을 방문하며 알게 된 정보를 바탕으로 본부부서와 연계해 맞춤 상품을 제안했고, 세심하고 꼼꼼한 서비스 지원으로 점차 신뢰를 얻게 됐다.

또 법조타운금융센터 업무공간이 1, 2층으로 나뉘어 있어서 직원 간 괴리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매주 화요일 ‘행원의 날’을 운영해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상품, 영업 노하우 등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고, 이를 통해 서로 궁금한 점을 묻고 배우는 스터디 문화가 자연적으로 형성됐다. 팀·업무 간 경계를 넘어 직원들이 서로 도왔고, 결국 영업점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업무상 철칙이 있다면.

“새로운 영업점 혹은 부서에 부임할 때 기본으로 삼는 원칙은 ‘목표-연대-도약의 선순환 연결고리’다.

우선 명확하고 간결한 목표를 설정한다. 추상적인 목표가 아니라 가급적 숫자나 명확한 과제라면 더 좋다. 다음으로 이 목표를 전 직원과 공유하면서 혼자가 아닌 팀 전체가 달성하는 것임을 함께 인지한다.

그다음으론 팀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장점을 칭찬하고 배우며, 서로의 지식, 영업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 준다. 서로에게서 배운 노하우를 통해 목표를 하나씩 달성하는 경험을 하게 되면, 혼자 목표를 향해 가는 게 아니라 함께 하고 있다는 소속감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연대감이 성과를 두 배 세 배로 늘리는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이 연결고리를 만들어 가는 것이 숨은 노하우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손민균

우리은행서 잠시 끊겼던 여성 임원의 명맥을 이었다.

“스스로 강점을 빠른 의사결정과 소통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서 고민한다고 깃털 하나 움직일 수 없듯이, 문제가 주어졌을 그 문제점을 빠르게 분석하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려고 한다. 또 제 주장에 집중하기보다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 그리고 우리가 함께해야 할 고객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데 노력을 기울인다. 처음에는 이야기하기 어려워하던 직원과 고객들도 거리감이 없어지고, 집단 지성을 통해 더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었다.”

남성이 다수인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어려움은 없었나.

“업무를 진행할 때, 그 직책에 근무하는 제 성별이 그냥 여성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에서 부여한 업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맡은바 업무를 완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자세로 근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사람의 성향에 따라 외향적인 사람이 영업직에 더 잘 맞고, 내향적인 사람이 연구직이나 기술직에서 더욱 나은 성과를 내지 않나. 그런 면에선 통상적으로 여성들이 지니는 특성인 부드럽고 세심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성향을 살려, 따뜻하고 디테일한 ‘진심과 경청’의 리더쉽의 영역이 여성들에게 적합한 리더쉽이라 생각한다.”

명함에 ‘진심(盡心)’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다.

“좌우명이 ‘경청’과 ‘진심’이다. 고객이나 직원을 만날 때마다 ‘마음을 다해야 한다. 나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남겨 놓으면 안 된다’라는 생각을 항상 새기기 위해 적어 놨다.

진심 밑에는 공인신용분석사, 손해보험대리점, 생명보험대리점, 변액보험판매관리사 등 보유한 여러 자격증을 기재했다. 아무래도 여성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란 선입견이 있는 고객들이 일부 있어 ‘믿고 상담하셔도 된다’는 의미로 담았다.

앞면엔 캐릭터도 있다. 예전 카드부서에 있을 때 디자이너가 만들어줬다. 고객들이 여러 명함을 받으면 얼굴을 기억 못 할 것 같아서 넣어놓았다. 작은 종이지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을 넣었더니, 몇 년이 지나도 아직 연락을 주시는 고객들이 있다.”

송현주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그룹 부행장의 명함. /정민하 기자

요즘 같은 불확실한 경기에 적합한 투자전략이 있다면.

“올해처럼 리스크(위험) 요인이 완화되지 않고, 오히려 확대 및 재생산되고 있는 시기에는 매우 많은 행운이 연속돼야 투자 이익을 거둘 수 있고, 좋은 투자전략이라 하더라도 이익을 얻는 것이 매우 어려울 수 있다.

인플레이션과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로 인한 경기 악화가 ‘침체’로까지 연결될지 등에 대한 불투명성이 완화될 때까지는 ‘낙관적 희망’보다는 ‘꼼꼼한 확인’을 거쳐 투자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다음의 두 가지 전략을 추천한다. 첫 번째는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려 보유자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두 번째는 주식과 채권, 그리고 국내와 해외자산을 포트폴리오에 고루 편입해 분산투자 효과를 높이는 것이다. 또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우리은행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제공하는 ‘금융시장동향’과 ‘투자전략’을 참고하면 좋다.”

금융인을 꿈꾸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과거 여성 임원의 숫자를 보더라도 여성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평가와 승진에 있어 남녀 차별이 적어 여성에게도 많은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은행도 많은 여성 본부장과 부서장이 맡은 바 역할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고, 업무 영역도 과거와 다르게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으며, 후배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금융권 중 은행은 여성 비율이 높은 대표적인 직장이다. 우리은행 전체 직원 중 56%가 여성 인력이다. 다만 은행 특성상 본점과 영업점이라는 사무공간이 분리돼 있고, 본점의 경우 약 40%에 달한다. 약 3~4년 후부터는 여성 부장급 인력 풀(Pool)이 증가하면서 능력 있는 여성 임원 후보군이 상당히 두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