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보험사들은 ‘디지털 전환’에 힘쓸 것으로 보인다. 신임 대표 취임식이나 신년 계획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우선 과제로 뽑은 보험사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디지털 관련 분야를 신설하거나 빅테크 기업과 손을 맞잡는 등의 방법으로 관련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보험사들은 주요 과제는 '디지털 전환'으로 보여진다. 국내 주요 보험사들은 신년사나 신년 계획을 통해 디지털 전환을 목표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디지털 보험 시장은 초기 단계로 평가받고 있다. 3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손해보험사의 온라인 보험 판매 비중은 6.4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0.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 전체 소비의 40%가량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국민 휴대폰 보급률도 95% 정도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디지털 시장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기업은 모바일에 적합하게 변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이은현

대부분 보험사는 디지털 관련 사업을 진행 또는 계획 중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세대)를 붙잡고 디지털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보험사 주요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빅테크와 협업하거나 관련 상품이 활성화될 전망”이라고 판단했다.

지난 12월 메리츠화재는 카카오페이(377300)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협업을 통해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고 관련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번달 내로 30~50대 직장인을 겨냥한 신상품 출시도 예고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기술력을 결합한 상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KB손해보험의 경우 디지털IT부문 산하 부서를 통합·신설해 디지털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주요 3대 생보사 삼성생명(032830), 한화생명(088350), 교보생명 역시 모두 디지털 전환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1월 금융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와 업무협약을 맺고 토스 앱 내에 보험상담·상품가입·보험료 납부 기능을 담았다. 한화생명은 전환을 위해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보험·신사업·전략 등 세 부문에 인사·기획 권한을 부여했다. 이어 대표이사 직할 조직으로 미래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교보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신년사를 통해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밝힌 보험사들도 있었다. 김인태 NH농협생명 대표는 올해를 ‘제2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디지털화를 앞세우겠다고 밝혔다. 농협생명은 올해 마이데이터 사업과 헬스케어 플랫폼을 연계해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역시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은 신년사에서 “생명보험업의 디지털화를 위해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고,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금융당국과 긴밀한 논의를 통해 빅테크 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 금지 등 합리적인 규율체계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고객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부 상품에서 발견되던 위험 유형을 파악해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광민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생명 및 건강보험시장에서 디지털 전환 기술은 도덕적 해이를 통제하는 데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의 경우, 사물인터넷(IoT)를 이용해 지속적으로 보험가입자의 위험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하는 반면 온라인 보험 판매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정원석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비대면채널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비대면 채널 판매는 자동차 보험 등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온라인 특성상 복잡한 상품을 판매하기는 쉽지 않다”라며 “현재는 자동차·여행자보험 등 간단한 상품만 판매하는 수준인데, 디지털 전환이 활성화되려면 이런 부분도 개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