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침체한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쏟아붓는 막대한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에 단비를 내리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수준을 떨어뜨리고 정부는 올해만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코스피 지수가 3100선을 돌파하면서 국내 증시가 ‘불(Bull) 장’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만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금 증시가 오르는 동력의 8할은 유동성”이라고 진단했다.

그런데 동시에 불안한 지표가 꿈틀대고 있다. 증시 랠리가 이어지는 동시에 서울 아파트 가격도 큰 폭 상승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주 서울 아파트값이 일주일 만에 0.36% 올라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9월 둘째 주(0.45%) 이후 6년 9개월 만에 주간 기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당장 서울 아파트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상황이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서울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이 지속되면 한국은행은 내수 부진에도 불구하고 추가 금리 인하 시점을 늦출 수 있고, 정부 역시 강력한 대출 정책 등 유동성 규제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에 아파트 매매 및 전월세 매물 시세가 게시돼 있다./뉴스1

그는 또 “시중 유동성이 자본시장이나 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서울 아파트 등 일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된다면 대규모 추경이 내수 경기에 주는 긍정적 효과가 일시적 혹은 제한적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반복된 학습을 통해 한국에서 가장 좋은 자산 축적 수단은 주식이 아니라 서울 부동산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포착된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증시 자금은 언제든지 부동산 시장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

물론 당장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다. 과거 사례를 보면 통상 새 정부 출범 이후 1년 동안은 증시가 상승세를 보였다. 특히 ‘임기 내 코스피 5000 돌파’를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을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겠다”고 한 만큼 정책 효과가 기대된다.

그럼에도 유동성 장에 서울 아파트값 상승은 적잖게 신경 쓰이는 소식이다. 점검해야 할 건 점검하는 게 좋다. 우선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지는지 확인하면 좋겠다. 다음 달 1일부터 대출 한도를 줄이는 3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가 시행된다. 규제 시행 이후 아파트값 상승세가 꺾이는지 지켜보자.

부동산 시장을 점검하는 TF를 운영하는 관계 부처가 앞으로 발표할 관련 정책도 관심이다. 서울 아파트값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공급 계획이 나오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유동성의 힘으로 코스피 3000을 넘은 증시가 5000이라는 미답의 고지에 이르려면 기업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 돼야 한다. 전년 대비 얼마 정도 이익이 늘어나는 수준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가 폭발하는 인공지능(AI), 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이 얼마나 큰 존재감을 보여주는지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