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24일 17시 2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금융당국이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KCGI의 한양증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지만, KCGI 펀드의 주요 출자자인 OK금융그룹은 한양 측과의 접점을 오히려 늘려가고 있다.
한양증권을 현금화하지 못해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한양학원에 급전을 대출해 주며 영향력을 키워가는 상황이다.
OK금융그룹은 한양증권을 인수하고 싶어 했지만,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KCGI와 손잡고 인수를 추진했었다. 최대주주의 유동성 위기로 팔려 갈 처지에 놓인 한양증권(001750) 임직원들은 대부업 이미지가 강한 OK금융의 존재감 부각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 OK금융, 한양학원에 급전 대주며 영향력 확대
이달 17일 한양학원은 계열사인 대한출판을 통해 OK금융 계열사인 OK캐피탈과 450억원의 대출 계약을 6개월 만기 조건으로 체결하고, 한양증권 지분 22.35%를 담보로 제공했다. 구체적으로 백남관광(10.85%)과 에이치비디씨(7.45%), 김종량 이사장(4.05%) 등 한양학원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주식이 담보로 잡혔다. 금리는 연 8.5%다.
한양학원이 보유한 한양증권 지분 11.29%는 담보에서 빠졌다. 대신에 OK캐피탈은 한양학원 지분에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을 걸었다. 추후 기한이익 상실로 담보권 행사 사유가 발생할 경우 OK캐피탈은 한양학원 지분과 특별관계자 지분 총 33.64%를 제3자에게 일괄 매각할 수 있다.
OK캐피탈은 한양학원 특별관계자 지분(22.35%)에 중순위 또는 후순위 담보를 설정하지 않았다. OK캐피탈이 단독 담보권자로서 향후 지분 매각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했다는 의미다.
대출 계약에는 OK금융에 유리한 가산금리 조항도 담겼다. OK캐피탈과 대한출판은 한양학원이 올해 7월 18일까지 한양증권 지분 매각에 대한 교육부 허가를 연장하지 못하면 이후 2개월 동안 금리에 1.0%포인트(P)를 가산하기로 합의했다. 2개월 이후부터는 가산금리가 1.5%P로 상향 조정된다. 한양학원이 지분 매각을 질질 끌지 않도록 독촉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OK금융은 KCGI가 한양증권 인수를 위해 조성하는 펀드에서도 전체 출자액 1700억원의 약 60%(1050억원)를 책임진 것으로 알려졌다. 출자와 별개로 OK금융은 선순위 인수금융 500억원도 투자한다. KCGI가 얼굴마담 역할을 할 뿐 실질적인 인수 주체는 OK금융이라는 평가가 끊이지 않은 이유다.
◇ 대부업자 이미지 여전… 한양증권 직원들 울상
OK금융이 증권업 진출 의지를 드러낸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17년에도 이베스트투자증권(현 LS증권)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대부업 중심의 사업 구조를 탐탁지 않게 본 금융당국 반대로 실제 인수에는 실패했다. 이번 한양증권 인수 시도에서도 OK금융은 KCGI와 주주 간 계약 조항에 우선매수권을 명시하려다가 당국 시선을 의식해 포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KCGI를 상대로 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종합금융 무대 진출을 위해 대부업까지 청산한 OK금융으로선 이 예기치 못한 변수에 대응할 무기가 필요했을 것”이라며 “KCGI가 한양증권 인수에 실패할 때를 대비해 영향력 행사 장치를 별도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KCGI 고위 관계자는 “우리 측 이슈(세무조사)로 매도자가 자금 활용 계획에 차질을 빚으면 안 되지 않느냐”며 “매도-매수자 간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차원이고, 우선협상대상자로서 (한양학원 측과) 좋은 관계를 잘 유지하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KCGI 뒤에서 조용히 움직이던 OK금융이 수면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자 한양증권 임직원 분위기는 좋지 않다. OK금융이 대부업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대중적으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여전히 강해서다. 한 한양증권 직원은 “최대주주(한양학원)가 얼마나 돈이 급하면 저렇게 질질 끌려가는 건지 모르겠다”며 “작지만 강한 알짜 증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씁쓸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