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고 쇼세이(25)가 개막 2개월 만에 시즌 첫 승을 올렸다. 지난 25일 야쿠르트 스왈로즈 전을 6이닝 2실점으로 버텨 얻어낸 개가다. 스코어 5-2.
그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차세대 에이스로 꼽히는 재목이다. 최고 150㎞ 중반대를 뿌리는 우완 투수다. 2019년에 데뷔해 매년 10승 안팎을 올렸다(통산 55승 35패, ERA 2.75).
2023년 WBC에 일본 대표로 출장했다. 2024년 5월에는 노히트노런의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걷던 스타플레이어다.
그런데 올해는 영 시원치 않다. 개막 이후 깊은 슬럼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6번의 선발 등판에서 4패만 안았다. ERA는 7.52까지 올라갔다. 그러던 차에 드디어 1승의 올린 것이다.
그만큼 경기 후 인터뷰에 관심이 쏠렸다. 빨개진 얼굴로 이런 소감을 밝혔다.
“부진이 무척 길었다. 그동안 마음고생도 많았다. 그래도 믿고 맡겨준 구단 수뇌부(감독, 코치 등)에 감사드린다. 고통이 큰 만큼 더 값진 승리라고 생각한다. 오늘 이 기념구는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그에게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 있다. 올 4월 11일이다. 히로시마와 경기에서 4회를 못 넘겼다. 3.1이닝 동안 무려 10점을 잃었다. 입단 이후 최악의 피칭이다.
아베 신노스케 감독이 불같이 화를 낸다. 곧바로 짐을 싸야 했다. 2군행이다. 난생처음 겪는 좌절이었다.
“많은 분들에게 연락이 왔다. 좋은 말씀으로 위로해 줬다. 미국에 가 있는 선배 스가노 도모유키(35)와는 1시간 넘게 통화했다. 아무것도 바꾸지 말고, 평소 그대로만 하라고 얘기하더라.”
그러면서 뜻밖의 이름을 꺼낸다. 트레버 바우어(34)다.
토고 쇼세이의 말이다.
“DM[백1] 으로 연락이 왔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이 장난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정말로 본인이 맞더라. 영어로 된 메시지였다. ‘넌 그런 투수가 아니다. 고개 숙이지 마라. 대단한 투수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돼 있더라.”
바우어는 팀도 다르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소속이다. 어찌 보면 경쟁자다. 같은 (센트럴)리그에서 순위 다툼을 벌여야 하는 처지다. 그런데 격려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게다가 캐릭터 자체가 만만치 않다. 악동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저런 안 좋은 일에도 자주 언급된다. 그런 인물이 따뜻하고, 자상하고, 배려심 넘치는 위로를 전했다니….
기자들이 당장 그에게 몰려간다. 자초지종을 묻는다. 역시 쿨~한 답이 돌아온다.
“2년 전인가? (토고) 쇼세이와는 올스타전 때 처음 인사를 나눴다. 그때부터 그의 투구 스타일을 눈여겨보고 있었다(리스펙트 하고 있었다).”
바우어의 설명은 이어진다.
“투수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다. 나도 그런 일이 많았다. 대량 실점을 하고 좌절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 없다. 모두가 응원하고 있고, 나도 마찬가지라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메시지를 보내게 됐다.”
‘자세한 내용이 뭐냐.’ ‘그런 일을 왜 미리 알리지 않았나.’ 그런 기자들의 질문에는 고개를 젓는다.
“그건 개인적인 일이다. 내용을 밝히기는 곤란하다. 그리고 내가 이러는 건 처음이 아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동료들에게 종종 DM을 보낸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거나, 불합리하게 비판받는 선수를 보면 마음이 안쓰럽다.”
욕먹고, 손가락질 받는 데는 이골이 났다. 그래서 더 공감하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악동’ 바우어에게도 꽤 멋진 구석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서 다행이다.
1년 만에 NPB에 복귀한 그는 올 시즌 8경기에서 2승 3패, ERA 3.93를 기록 중이다.
[OSEN=백종인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