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배구 정관장의 부상 투혼 드라마가 대단하다. 세터 염혜선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챔프전을 최종 5차전까지 끌고 갔다.

정관장은 6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24~2025시즌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선승제) 4차전에서 흥국생명에 세트 스코어 3-2(25-20, 24-26, 36-34, 22-25, 15-12) 풀세트 승리를 거뒀다.

1~2차전을 모두 내주며 벼랑 끝에 몰렸던 정관장은 3차전도 1~2세트를 빼앗기며 3연패로 허무하게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3~5세트를 내리 잡고 리버스 스윕한 정관장은 여세를 몰아 이날 4차전도 풀세트 승리를 따내며 시리즈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무릎 통증으로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도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주전 세터 염혜선이 있어 가능한 2연승이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도 이날 경기 후 “볼 배분은 혜선이한테 맡긴다. 항상 연구하고 들어오는 선수다. 혜선이 덕분에 우리가 5차전까지 가는 것이다”고 고마워했다.

염혜선은 “대전 홈에서 (흥국생명 우승) 축포를 안 터뜨려서 너무 기분 좋다. 이제 진짜 다시 동등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한다. 이 기회를 꼭 놓치지 않고 잡겠다”며 “우리 홈경기다 보니 선수들끼리 여기서 절대 축포를 터뜨리지 말자는 얘기를 했다. 마지막 경기가 될 수 있으니 ‘져도 후회 없이 하자. 그러면 좋은 결과가 오지 않겠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좋은 결과로 나왔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배구팬들의 상당수가 김연경의 화려한 라스트 댄스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정관장은 드라마상 주인공을 방해하는 ‘악역’ 같은 입장에 있다. 염혜선도 악역을 자처했지만 2승2패 원점이 된 상태로 맞이하는 최종 5차전에선 주인공이 되고 싶다. 그는 “어쩌면 주인공은 우리일 수도 있다. 역할이 바뀔 수 있는 기회다. 악역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김연경의 공격을 저지하는 등 블로킹 3개 포함 13점을 폭발한 미들블로커 정호영도 “승리해서 너무 기분 좋다. 인천에 가서도 같은 경기력으로 높은 곳에서 웃었으면 좋겠다. 우승이 주인공을 정해놓고 하는 싸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 모두 아픈 걸 참고, 몸을 갈아넣으며 운동하고 있다”며 모든 선수들이 우승을 위해 한마음이라고 했다.

챔프전 최종 5차전은 하루 쉬고 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다. 김연경의 선수로서 마지막 경기, 정관장이 악역에서 주인공으로 챔프전의 대미를 장식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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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대전,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