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33) 대신 주장 완장을 찰 자격이 없었다. 크리스티안 로메로(27, 이상 토트넘 홋스퍼)가 황당한 실수로 경기를 망친 것도 모자라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영국 '기브 미 스포츠'는 14일(이하 한국시간) "울버햄튼과 경기에서 주장을 맡은 로메로는 종료 휘슬이 불린 직후 터널을 곧장 내려가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는 '수치로 가득한' 선수로 분류됐다"라고 보도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13일 영국 울버햄튼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32라운드 울버햄튼 원정 경기에서 2-4로 패배했다.

이번 패배로 토트넘은 승점 37점(11승 4무 17패)에 그치면서 리그 15위에 머물렀다. 이제 17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35)와 격차는 단 2점에 불과하다.

반면 리그 4연승을 달린 울버햄튼은 승점 35점(10승 5무 17패)을 기록하며 골 득실에서 웨스트햄을 제치고 16위로 올라섰다. 다음 라운드에서 토트넘까지 끌어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날 토트넘은 로메로에게 주장 완장을 맡겼다. 주장 손흥민이 발 부상으로 명단 제외됐기 때문. 이 때문에 부주장인 로메로가 손흥민을 대신해 주장으로서 팀을 지휘했다.

하지만 토트넘은 시작부터 흔들렸다. 전반 2분 프리킥 혼전 상황에서 라얀 아이트누리가 선제골을 터뜨렸다. 여기에 전반 38분 골키퍼 굴리엘모 비카리오가 마셜 무네치의 헤더를 쳐낸다는 것이 제드 스펜스 몸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그래도 토트넘은 후반 14분 마티스 텔의 만회골로 한 골 따라잡았다.

로메로가 추격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는 후반 19분 어이없는 실책으로 실점 빌미를 내줬다. 박스 근처에서 평범한 공을 흘리면서 상대에게 공을 뺏겼고, 이는 그대로 예르겐 스트란 라르센의 추가골로 이어졌다.

결국 토트넘은 패배를 피하지 못했다. 후반 40분 히샬리송의 헤더 득점이 나오긴 했지만, 1분 뒤 루카스 베리발이 중원에서 무리한 드리블로 공을 뺏기면서 또 실점하고 말았다. 결국 토트넘은 또 한 번 무릎 꿇으면서 최근 리그 6경기에서 단 1승에 그쳤다.

최악의 하루를 보낸 로메로다. 영국 '풋볼 런던'은 "굴절된 크로스가 박스 안으로 들어와 두 번째 실점으로 이어졌을 때 로메로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세 번째 실점에서도 완전히 엉망진창이었다. 충분하지 못했던 또 한 명의 리더였다"라며 그에게 평점 3점을 줬다.

게다가 경기 후 로메로의 행동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는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원정 경기까지 응원와준 팬들에게 인사하지 않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버렸다. 최근 손흥민의 리더십을 의심하면서 주장직을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을 쏙 들어가게 하는 장면이었다. 손흥민은 최소한 언제나 선수들을 이끌고 관중석으로 다가가 감사를 표했다.

기브 미 스포츠는 "로메로는 터널을 따라 그대로 걸어나갔다. 그에겐 원정 온 팬들을 인정할 시간이 없었다"라며 "로메로는 이번 경기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을 돌아다니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할 기분이 아니었다"라고 꼬집었다.

이를 본 토트넘 팬들도 "빨리 팔아버려라", "게으르고 거만하다", "수치스러운 결정", "변명의 여지가 없다" 등의 비판 댓글을 남겼다. 로메로는 시즌 내내 걸핏하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운 데다가 아르헨티나 대표팀에 더욱 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팬심을 많이 잃었다.

한편 로메로는 토트넘에서 마음이 뜬 모양새다. 그는 최근 토트넘 의무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논란을 만들었다. 여기에 동료들을 내버려두고 홀로 라커룸으로 들어가버리는 무책임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빈축을 샀다.

로메로는 아르헨티나 대표팀 동료들이 많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연결되고 있다. 아틀레티코가 다음 주전 센터백으로 로메로를 점찍었으며 그 역시 토트넘을 떠나 아틀레티코에 합류하길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트넘도 로메로를 억지로 붙잡지 않겠단 생각이다. 기브 미 스포츠는 "로메로는 올여름 판매될 수 있다. 토트넘은 적절한 제안이 온다면 그를 매각할 생각"이라며 "토트넘은 한때 로메로의 몸값으로 6000만 파운드(약 1121억 원)를 책정했지만, 이젠 입장을 완화해 4500만 파운드(약 841억 원)로 낮췄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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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