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이 왜 대표팀 경기를 찾지 않았을까. 이강인(24, PSG)은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0차전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격파했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은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11승 5무로 마무리했다. B조에서는 한국과 요르단이 나란히 월드컵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한국은 전반 30분 전진우의 슈팅이 파하드 알 하제리의 자책골로 연결되는 행운이 따랐다. 후반전 6분 이강인이 추가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오현규와 이재성의 연속골까지 터져 승리를 확정지었다.
안방에서 월드컵 본선 진출을 자축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평소 보다 2만명 이상 적은 4만 1911명이 입장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A매치에 5만 관중도 들어차지 못한 건 2017년 이후 8년 만이었다.
결과가 전부가 아니었다. 홍명보 감독과 대한축구협회, 정몽규 회장을 향해 여전히 싸늘한 팬심이 작용한 결과였다.
경기 후 수훈선수에 뽑힌 이강인이 작심발언을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 감독님과 협회를 많이 공격, 비판하시는 분들이 많다. 어쩔 수 없이 우리도 협회 소속이고 감독님은 우리의 보스다. 너무 비판하면 선수들에게도 타격이 있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강인은 “긍정적인 부분을 많이 봐주시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에 가서도 더 잘할 수 있다. 최대한 많이 도와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응원해주시면 좋겠다"라고 부탁했다.
이강인 입장에서 텅 빈 관중석을 보면서 팬들에게 서운한 감정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이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있다. 팬들의 마음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고 무조건적인 지지를 당부하는 것은 오히려 거부감을 살 수 있다.
팬들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이룬 대표팀의 성과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을 이루는 과정에서 협회의 결정과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이다. 팬들은 단순히 다음 월드컵 성적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축구 미래 전체를 걱정하고 있다.
대표팀 경기 관전을 거부하는 것은 팬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주체적인 행동이자 명확한 메시지다. 하지만 이강인에게 팬들의 이런 마음이 제대로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 이강인의 발언은 축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덮어질 수 있다는 결과지상주의로 비춰질 수 있다.
[OSEN=서정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