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빼고 모든 걸 보여줬다. 배준호(22, 스토크 시티)가 4만 관중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뽐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조별리그 B조 10차전 최종전에서 쿠웨이트를 4-0으로 격파했다.
이로써 한국은 월드컵 예선을 무패로 마감했다. 대표팀은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리하며 북중미 월드컵 2, 3차 예선을 11승 5무로 마무리하며 단 한 번도 패배하지 않았다.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16년 만의 업적이다.
한국은 일찌감치 본선 진출도 확정했다. 지난 6일 이라크 원정에서 2-0으로 승리하며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역사를 썼다. 아시아 최초이자 전 세계를 통틀어도 6번째 대기록이다. B조에서는 한국과 요르단이 나란히 월드컵 직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여기에 한국은 안방에서 열린 최종전을 대승으로 장식하며 유종의 미까지 거뒀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 3차 예선에서는 마지막 경기에서 아쉽게 아랍에미리트를 상대로 패했지만, 이번엔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물론 홍명보호는 결과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다. 홍명보 감독은 예고했던 대로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선발 라인업을 꾸리면서 그간 기회를 많이 받지 못했던 선수들을 기용했다. 월드컵까지 1년밖에 남지 않은 만큼 귀중한 실전 테스트 기회로 사용하겠다는 의지다.
한국은 4-2-3-1 포메이션으로 시작했다. 오현규, 배준호-이강인-전진우, 원두재-황인범, 설영우-김주성-이한범-이태석, 이창근이 선발로 나섰다. 이라크전과 비교하면 무려 7자리가 바뀌었다. 이한범은 A매치 데뷔전, 전진우·김주성·이창근은 A매치 선발 데뷔전을 치르게 됐다.
배준호의 선발 출격도 눈에 띄었다. 그는 원래 이번 6월 A매치에 발탁되지 않았지만, 지난 7일 갑작스레 추가 발탁됐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22세 이하(U-22) 대표팀 소집 중이던 배준호는 쿠웨이트전을 앞두고 홍명보호에 합류했다.
주장 손흥민의 부상 여파에 따른 선택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공항 귀국 인터뷰에서 손흥민을 무리하게 기용할 상황이 아니라며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흥민과 마찬가지로 왼쪽 날개가 주 포지션인 배준호를 대체 발탁도 아닌 추가 발탁한 이유다.
실제로 이번 경기 손흥민은 벤치에 앉았고, 배준호가 왼쪽 윙어로 선발 출격했다.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배준호는 경기 내내 쿠웨이트 수비진을 휘저으며 손흥민의 빈자리를 완벽히 메웠다.
배준호는 초반부터 하프 스페이스를 부지런히 공략했고, 저돌적인 돌파로 쿠웨이트 수비를 괴롭혔다. 배준호를 막으려다가 거친 반칙을 범하며 경고를 받은 쿠웨이트 선수가 전반에만 두 명이 나왔다.
직접 득점을 노리기도 했다. 배준호는 전반 11분 설영우의 크로스를 머리에 맞혔으나 공이 수비에 맞고 굴절된 뒤 골대를 때리고 말았다. 전반 19분엔 예리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골문을 겨냥했으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배준호의 맹활약은 후반전에 더욱 빛났다. 그는 후반 6분 침투하는 이강인을 향한 좋은 전진 패스와 후반 9분 오현규에게 떨궈준는 헤더로 순식간에 2도움을 올렸다. 후반 11분에도 오현규를 향해 완벽한 스루패스를 찔러넣었으나 오현규의 슈팅이 골대에 가로막히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손흥민의 공백을 잊게 한 배준호는 후반 24분 이재성과 교체되며 임무를 마쳤다.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홍명보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배준호다. 이대로 활약을 이어간다면 1년 뒤 생애 첫 월드컵 출전도 꿈이 아니다.
[OSEN=서울월드컵경기장, 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