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9회말 치명적인 실책으로 팀을 위기에 빠뜨렸던 삼성 박승규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스스로를 구했고, 팀도 지켜냈다.

박승규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아찔한 주인공이 됐다.

이날 박승규는 3회말 김성윤이 허벅지 통증으로 교체되며 대주자로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타석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2타수 1안타 1볼넷 1도루를 기록하며 공격에서 힘을 보탰다.

그러나 진짜 드라마는 9회에 펼쳐졌다.

삼성이 4-1로 앞선 9회말, 구자욱이 빠지고 이성규가 투입되며 박승규는 수비 위치를 우익수에서 좌익수로 옮겼다.

첫 타자 LG 이주헌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뒤이은 문정빈의 타구는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였다. 하지만 박승규의 글러브 끝에 맞은 공은 포켓을 벗어나고 말았다. 치명적인 실책. 삼성 벤치도, 관중석도 긴장감에 휩싸였다.

LG는 곧장 신민재의 2타점 적시타로 1점 차까지 따라붙었다. 2사 1,2루. 타석엔 김현수. 동점은 물론, 끝내기도 가능한 상황이었다.

김현수의 타구가 좌익수 왼쪽으로 향했다. 실책의 충격을 뒤로하고 집중력을 되찾은 박승규는 정확한 타이밍에 포구에 성공, 마침내 경기를 끝냈다.

역전패의 주범이 될 뻔했던 그가, 팀 승리를 지켜낸 영웅(?)이 된 순간이었다.

경기 종료 후 마운드에 모인 삼성 선수들.

류지혁은 박승규를 장난스럽게 밀어냈고, 강민호는 로진을 던지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박진만 감독과 구자욱은 실수를 극복하고 제 역할을 해낸 박승규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박승규는 지난 23일, 무릎 부상으로 말소된 박병호의 대체 선수로 1군에 콜업됐다. 이후 5경기에서 타율 0.385(13타수 5안타), 2득점, 1도루의 활약을 펼치며 입지를 굳히고 있다.

한편 삼성은 지난 24일 대구 KIA 타이거즈전 이후 5연승을 내달리고 있다. 6연승에 도전하는 삼성은 오늘(31일)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등판한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