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보고 있으면 답답해지지.”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윤동희는 김태형 감독의 ‘원픽’ 선수였다. 부임하면서 윤동희에 대한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았고 더 대성할 선수라고 판단했다. 실제로 윤동희는 지난해 리그 정상급 외야수로 성장했고 국가대표 단골 선수로 거듭났다.

하지만 올해 개막 이후 초반의 윤동희는 기대 이하였다. 타격 사이클이 올라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태형 감독은 타격 사이클과는 별개의 문제로 봤다. 첫 13경기 타율 1할7푼9리(49타수 9안타) 1홈런 2타점 OPS .629의 성적에 그쳤다. 전체적으로 타이밍이 늦었고 자신이 원하는 공이 아니면 배트가 잘 나가지 않았다. 11개의 삼진을 당했지만 또 9개의 볼넷도 얻어냈다.

그러나 김태형 감독은 윤동희의 이런 타격 자세에 답답함이 마음이 더 컸다. “감독이 원하는 야구? 선수들이 착각하는 것이다. 팀원들 모두가 원하는 바가 있다. 그 선수를 보면 이 상황에서는 해줬으면 하는 게 있다. 그걸 해줘야 하는 선수가 되어야 한다”라며 “근데 그냥 자기 페이스대로만 하는 것을 보면 답답해졌다”며 윤동희에 대한 감정을 숨기지 않은 바 있다.

윤동희는 출루를 하는 선수가 아니라 쳐서 투수를 이겨내고 또 해결사 역할 등으로 팀 타선을 이끌어야 하는 선수라는 것을 김태형 감독은 강조했다고 볼 수 있다. 팀의 기둥다운 역할을 강조했다. 지난 4월 7일 2군으로 보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2023년 4월 23일 1군 콜업 이후 한 번도 2군에 내려가지 않았던 레귤러 멤버인 윤동희가 715일 만에 2군으로 내려갔다. 김태형 감독의 충격요법이었다. 2군으로 내려간 윤동희는 연일 폭격했다. 7경기 타율 5할(24타수 12안타) 3홈런 6타점 OPS 1.488의 성적을 남겼다. 매일 윤동희의 보고서고 김태형 감독에게 올라갔지만 팀은 당시 4연승과 3연승 등을 달렸다. 윤동희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언젠가는 1군으로 돌아와야 할 선수. 하루 더 뜸을 들인 뒤 지난 18일 대구 삼성 3연전을 앞두고 다시 1군에 콜업했다. 그러나 바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18~19일은 벤치에서 시작했고 20일 경기부터 다시 선발로 나섰다. 복귀 이후 아직 짧은 시간이지만, 윤동희는 더 이상 자신의 야구에만 빠지지 않았다. 팀이 원했던 그 모습, 과감하고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윤동희로 돌아왔다. 20일 삼성전 4타수 1안타를 기록했고 23일 한화와의 경기에서는 5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4-6으로 패했고 9회 1사 1,2루에서 병살타를 치며 기회를 살리지 못했지만 윤동희의 본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기였다.

24일에는 비로소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한화의 선발 9연승을 저지해야 했던 롯데였는데 초반 분위기는 끌려갔다. 0-3으로 뒤진 4회말, 윤동희가 스윙 한 방으로 해결했다. 윤동희는 한화 에이스 류현진의 초구 142km 포심 패스트볼을 마음 먹고 통타,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타구속도 163.6km의 빨랫줄 타구를 생산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1-3으로 추격이 이어지던 6회 무사 1루에서는 류현진과 승부에서 우전 안타를 때려내며 기회를 이어갔다. 1볼 2스트라이크의 불리한 카운트에서 류현진의 결정구인 체인지업을 툭 밀어쳤다. 결국 이 이닝 나승엽의 2타점 동점타 포함해 3점을 더해 롯데는 5-3 역전극을 완성했다.

김태형 감독이 원했던, 그리고 롯데 구단 구성원 전체가 원했던 윤동희로 돌아왔다. 경기 후 윤동희는 “먼저 퓨처스 김용희 감독님, 이병규 코치님, 직원분들 모두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 덕분에 빠르게 회복해서 올라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팀이 지금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이 분위기 속에 힘을 받아서 더 잘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또 감독님, 코치님께서 원하시는 부분도 잘 알고 있고다. 앞으로 그라운드에서 제가 해야 하는 역할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팀의 간판 선수로서 각오를 다졌다.

[OSEN=부산, 조형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