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이승엽 감독은 왜 승리 요건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긴 투혼의 선발투수를 돌연 교체했을까.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좌완 선발 최승용은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시즌 3차전에 선발 등판해 4⅔이닝 5피안타 6사사구 6탈삼진 2실점 노 디시전에 그쳤다.

최승용은 모처럼 시원하게 터진 타선의 도움을 받고 7-1로 크게 앞선 채 5회말을 맞이했다. 시작도 산뜻했다. 선두타자 문성주를 좌익수 뜬공 처리했고, 신민재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1루주자 신민재가 2루 도루에 실패하면서 주자가 지워졌다. 한 타자만 더 잡으면 시즌 두 번째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승용은 흔들렸다. 좀처럼 영점을 잡지 못하면서 문보경을 5구, 김현수를 6구, 이주헌을 6구 끝 연달아 볼넷 출루시키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투수코치의 마운드 방문에도 이주헌에게 볼넷을 내주면서 투구수가 정확히 100개가 됐다.

다음 타자는 LG 7번타자 문정빈. 경기가 크게 기울면서 박동원과 대타 교체된 백업 선수였다. 하지만 사령탑은 냉정했다. 6점 차 리드에 아웃카운트 1개면 선발투수가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지만, 이승엽 감독은 단호했다. 최승용을 마운드에서 내리고 박치국을 올리는 결단을 내렸다. 4연패를 어떻게든 끊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박치국은 첫 타자 문정빈에게 밀어내기 사구를 허용하며 추가 실점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금세 안정을 되찾고 후속타자 송찬의를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최승용은 이날 3회말 홍창기의 강습 타구에 오른쪽 무릎을 맞는 부상 속에서도 5회 마운드에 오르는 투혼을 펼쳤다. 그라운드에 앉아 고통을 호소할 정도로 타구에 강하게 맞았지만, 스스로 몸을 일으켜 계속 공을 던지는 책임감을 선보였다. 그러나 뒷심이 아쉬웠다. 고지를 눈앞에 두고 급격히 제구가 흔들리며 아쉽게 승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두산은 결국 4차례(1회초, 1회말, 2회말, 6회초) 우박 중단을 딛고 9-2 완승을 거뒀다. 라이벌 LG를 제물로 4연패 수렁에서 탈출하며 시즌 8승 11패를 기록했다. 일요일 17연패 후 2연승을 달렸다.

독한야구를 펼친 이승엽 감독은 경기 후 “궂은 날씨 속에서도 연패를 끊기 위한 선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1회부터 타석에서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경기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라며 “4회 나온 케이브의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좋아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오늘도 날카로운 스윙을 보여줬다. 한국무대 첫 홈런을 축하한다”라고 승리 소감을 남겼다.

[OSEN=잠실, 이후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