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O리그 NC 다이노스에서 활약하며 한국판 사이영상 최동원상을 받았던 좌완 투수 카일 하트(3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1회 강판 충격을 극복했다.

하트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6이닝 1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샌디에이고의 2-0 승리를 이끌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도 11.12에서 5.40으로 낮췄다.

4회 1사 후 카일 파머에게 좌측 2루타를 맞기 전까지 10타자 연속 아웃을 잡으며 퍼펙트 행진을 펼친 하트. 그 이후 다시 8타자 연속 아웃 처리하며 퀄리티 스타트했다. 수비 도움도 받았지만 하트의 공 자체가 날카로웠다. 총 투구수 74개로 주무기 스위퍼(27개)를 비롯해 포심 패스트볼, 싱커(이상 16개), 체인지업(8개), 슬라이더(7개)를 구사했다. 최고 구속은 92.7마일(149.2km)로 아주 빠르진 않았지만 정교한 제구로 안정감을 보여줬다.

앞선 경기에서 1회 강판 충격을 극복한 승리라 더욱 의미 있었다. 지난 7일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하트는 ⅔이닝 2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무너지며 조기 강판됐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잡는 데 39개 공이 필요했고, 스트라이크가 18개로 절반도 안 될 만큼 제구가 말을 듣지 않았다.

하지만 6일 만의 등판에서 확 바뀐 투구로 만회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은 ‘리글리필드에서 하트는 ⅔이닝밖에 버티지 못했다. 1회부터 볼넷 4개를 허용하며 스트라이크존을 제대로 찾지 못했지만 이번엔 완전히 다른 버전의 하트였다. 효율적이었고, 커맨드가 정확했다. 4명의 타자를 삼진 처리하며 볼넷을 주지 않았다. 4회 파머에게 맞은 2루타가 유일한 흠이었다’고 전했다.

경기 후 하트는 시카고 원정을 떠올리며 “오랫동안 야구하면서 아마도 내게 가장 창피했던 순간이었을 것이다. 많은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 경기를 보기 위해 8시간에서 10시간을 운전해서 왔는데 그렇게 했다. 일주일 내내 속이 쓰렸다”고 말했다.

가족과 친구들이 먼길을 장거리 운전하며 와서 응원했는데 1회도 못 버티고 초고속 강판됐으니 하트의 속도 말이 아니었다. 절치부심한 하트는 “그랬기 때문에 다시 경기에 나가 팀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 더 좋았다”고 말했다.

투구수가 74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7회 이닝 시작부터 교체된 하트는 “우리 불펜에 경기를 끝낼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했다. 지금 그들이 얼마나 강한지 깨닫지 못하면 바보가 될 것이다”며 샌디에이고 불펜을 치켜세웠다.

하트가 내려간 뒤 제레미아 에스트라다, 제이슨 아담, 로베르트 수아레즈가 1이닝씩 실점 없이 막고 2-0 승리를 완성했다. 샌디에이고는 구원 평균자책점 1위(1.51)로 막강 불펜을 자랑하고 있다. 올 시즌 5번째 무실점 셧아웃 경기를 펼친 샌디에이고는 팀 전체 평균자책점도 2위(2.86)로 마운드가 견고하다.

샌디에이고 간판 타자이자 우익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는 “우리 투수진은 선발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훌륭한 활약을 하고 있다. 그들 뒤에서 수비하는 것이 재미있다. 그들은 계속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한다”고 치켜세웠다. 개막 15경기 12승3패(승률 .800)로 구단 역대 최고 스타트를 끊은 샌디에이고는 LA 다저스(11승5패)를 1.5경기 차이로 제치며 내셔널리그(NL) 서부지구 1위를 질주 중이다.

[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