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다신 안 나올 것 같다.”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주장’ 송성문(29)이 대전 신구장 한화생명볼파크에서 부활을 알렸다. 이 구장의 가장 큰 특징인 우측 8m 높이 몬스터월을 직격하는 타구를 날리더니 아예 넘겨버리는 파워까지 뽐냈다.
송성문은 지난 12일 대전 한화전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 3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 3볼넷으로 맹활약하며 키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홈런 1개와 2루타 2개로 3안타 모두 장타였고, 볼넷 3개를 더해 무려 6출루 경기를 했다. 2018년 8월9일 청주 한화전(5타수 5안타 1볼넷) 이후 개인 한 경기 최다 출루 타이 기록.
1회 첫 타석에서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나간 송성문은 2회 2사 2루에서 한화 선발 엄상백의 5구째 가운데 높은 직구를 받아쳐 우측 몬스터월 직격하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몬스터월이 아니었더라면 홈런이 될 수 있는 큼지막한 타구였다.
4회 무사 1,3루에선 이상규의 커브를 잡아당겨 우측 깊게 빠지는 1타점 2루타를 친 송성문. 5회, 7회 연속 볼넷에 이어 9회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까지 쏘아 올렸다. 한화 좌완 조동욱의 초구 몸쪽 높게 들어온 시속 123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우측 몬스터월을 훌쩍 넘어가는 솔로포로 장식했다. 비거리 125m, 시즌 3호 홈런. 스코어를 6-2로 벌린 쐐기타로 키움의 승리를 굳힌 한 방이었다.
경기 후 송성문은 “6출루보다 타이트한 경기에서 추가점이 필요할 때 타점을 올린 게 올해 처음인 것 같아 좋다”며 몬스터월을 넘긴 홈런에 대해 “솔직히 너무 거대해서 ‘저긴 도저히 넘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넘겼다. 신기한데 두 번 다신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꽤 멀고 높아서 완벽한 탄도, 완벽한 스팟에 맞지 않으면 넘기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며 웃었다.
시즌 초반 타격 부진에 빠졌던 송성문에게 몬스터월을 직격하고, 넘긴 것은 자신감을 끌어올릴 계기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42경기 타율 3할4푼(527타수 179안타) 19홈런 104타점 OPS .927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송성문은 올해 18경기 타율 2할3푼9리(67타수 16안타) 3홈런 9타점 OPS .786으로 다소 주춤하다. 지난 2일 잠실 두산전부터 6일 고척 NC전까지 4경기 17타수 무안타로 침묵하기도 했다.
송성문은 “매년 시즌 초반 밸런스를 잡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는데 초반부터 잘하고 싶다고 잘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며 “개막하고 나서 (이)주형이랑 (최)주환이 형, 루벤 카디네스와 야시엘 푸이그까지 모두 잘해주고 있는데 저 혼자 계속 중간에서 툭툭 끊어먹었다. 스스로도 많이 실망스러웠는데 오랜만에 이렇게 하니까 작년 이후 처음으로 기분이 좋은 하루다. 확실히 밸런스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다”고 기뻐했다.
지난해 3루수에서 올해 2루수로 포지션을 옮긴 게 타격에 영향이 없었을까. “전혀 관계없다”고 부정한 송성문은 “수비는 수비이고, 타격은 타격이다. 여름철 체력이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은 있어도 아직 모르겠다. 시즌 초반 타격 성적과는 전혀 연관이 없고, 오히려 좋은 것 같다. (3루보다) 2루에서 많이 움직일 수 있어서 좋다”고 반겼다.
최근 4경기 연속 1번 타자로 들어선 뒤 타격감이 올라온 송성문은 “타격 밸런스만 좋으면 타순은 어디든 상관없다. 1번 타자를 아예 안 했던 것도 아니라 그래도 적응이 빠른 것 같다”며 “주장으로서 듬직하고, 든든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 120경기 넘게 남아있으니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저나 푸이그, 주형이, 주환이 형까지 기존 선수들이 듬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어린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말로 솔선수범을 다짐했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